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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력 세진 대신 치사율 뚝 … 한국 온 메르스, 변종 가능성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29일 12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수학여행을 마친 일본 학생들이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쓰고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처음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메르스는 전염력이 대단히 낮다”고 설명했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의료진과 가족 64명을 자가 격리해 크게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낙타에게서 감염된 환자(1차 감염)가 사람한테 옮기는 경우(2차 감염)가 1명도 채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내 환자가 12명까지 늘었다(※30일 보건복지부는 첫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 1명이 양성으로 확인돼 메르스 환자가 1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확인된 환자는 12번째 환자의 배우자다.▶기사보기). 이 때문에 그동안 메르스 바이러스가 강해졌거나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첫 번째 환자(68)는 바레인·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4개국을 거쳤다. 농장 등에서 낙타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아내, 같은 병실 환자와 가족, 의료진 등 7명이 줄줄이 감염됐다. 나머지 4명은 첫 번째 환자와 같은 층에 입원한 적이 있다. 한 명이 적게는 9명, 많게는 11명을 감염시킨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0.6명으로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2~7명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방지환 교수는 “지금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예외적인 상황이고, 첫 번째 환자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드문 ‘수퍼 전파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파력이 세진 이유는 뭔가. 서울대 방 교수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워낙 변화를 잘 하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신을 거듭해 ‘더 센 놈’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 시퀀스(배열)를 다 대조하려면 시간이 걸려 일부만 비교해 보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부만으로는 일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유전자 시퀀스의 크리티컬 포인트(중요한 부위)를 확인해야 하는데, 일부만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바이러스 검체를 유럽 전문기관에 보내 대조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메르스는 중동에서 치사율이 40%였다. 그동안의 신종 감염병 중 치사율이 높은 축에 든 조류인플루엔자(AI)·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네 배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12명이 걸렸는데도 아직까지는 사망자가 없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전파력과 치사율이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신종플루는 전파력이 매우 높았지만 치사율은 0.03%에 지나지 않았다. 메르스도 중동에서는 전파력은 약하고 치사율은 높았지만 한국에서는 전파력은 세고 치사율은 낮게 나타난다. 서울대 오 교수는 “한국의 경우 면역력이 약한 병원의 환자들에게 주로 번지고 있기 때문에 전파력이 높게 나온다” 고 말했다.

 감염에 필요한 환자 접촉 시간도 초기 설명보다 훨씬 짧아진 점도 메르스가 강해진 것을 뒷받침한다. 질병본부는 지난 21일 “환자와 2m 거리에서 1시간 접촉해야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 동안 접촉했다가 감염된 경우가 여럿 있다. 다섯 번째 감염자인 의사(50)는 진료 시간이 5분 정도였다.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의 같은 층 인접 병실을 쓴 환자 네 명도 감염됐다. 양 본부장은 “여섯 번째 환자가 15일 입원하기 전 검사실에서 첫 번째 환자와 마주쳤다”고 말했다. ‘2m, 1시간’이라는 감염 기준에 대한 설명도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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