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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느리게 가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

“저 지금 공항이에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지난 1일 오후 심영주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캐나다로 떠나는 길이었습니다.

 석 달 전 “해외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선언해서 저와 메트로G팀 모두를 실의에 빠지게 하더니, 정말 이 봄이 다 가기 전 비행기를 탔습니다.

 심 기자는 스포츠 기자가 꿈이었는데 강남통신에서는 송정 기자와 함께 ‘맛대맛’ 시리즈 등을 하며 전방위로 뛰었습니다. 인터뷰 안하겠다는 맛집 주인들을 세 번, 네 번 찾아가 결국 인터뷰를 성공시키는 근성으로 시리즈를 멋지게 완성했습니다.

“올해 제가 서른세 살인데요, 더 늦기 전에 영어 공부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심 기자의 유학 이유였습니다.

 ‘영어 공부는 한국에서 해도 된다.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으면 중앙일보 안에서 자리를 찾아보겠다’ 등 갖은 만류에도 심 기자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심 기자가 지난 2월에 쓴 강남통신 온라인 기자 칼럼 제목이 ‘당신의 발소리에 귀를 귀울여 본 적 있나요’였습니다. 칼럼에서 심 기자는 4285㎞의 험한 길을 걸었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직접 내 발로 여행을 하는 건 이전에 해오던 여행과 완전히 달랐다. 길은 더 이상 그저 멍하니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제멋대로 자란 잡초와 흙더미, 바람에 휘어지는 풀과 꽃들, 쿵쿵거리며 새된 소리를 내지르는 나무들도 친구가 된다.”

은퇴 후 전남 강진으로 간 이두희씨의 ‘귀농일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동차를 타고 100?로 달릴 땐 주변 풍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의 삶이 그랬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키워낸 그는 은퇴 후 귀농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는 “수입은 도시의 5분의 1도 안되지만 문을 열면 마주하는 자연 풍경과 마음의 여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번 주 커버 스토리는 귀농과 귀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시에서 잦은 회식과 야근에 시달리던 남편은 주말이 돼야 겨우 두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이곳에선 매일매일 온 가족이 아침과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30대 주부 박중애씨가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가족이었습니다. ‘미래에 더 잘 살기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느니 ‘지금 이 순간을 잘 살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결심한 거죠.

 지난 4주간 귀농·귀촌을 취재한 전민희 기자는 그 사이 ‘귀농·귀촌 전도사’가 된 듯 합니다. 전 기자에게 “시골에서 사는 거 적응이 될까, 아이들 교육이 문제 아닐까”라고 물으니 전 기자는 “요즘은 인터넷에 발달해서 학습 정보를 구하기 쉽고, 스마트폰이나 TV를 안 보니 오히려 책을 더 많이 읽게 돼서 교육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해요”라더군요. 물론 시골엔 스타벅스나 파리바게트가 없고, 영화관이나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불편한 점도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를 농어촌에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남 들과 다른 길을 가기로 한 심영주 기자처럼요. 심 기자의 유학 생활이 멋지게 펼쳐지길 바랍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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