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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최고의 인문학은 고난 속에서 사람을 키워내는 일"

그의 이름 석 자는 한때 ‘갇혀있는 이’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고픈 편지의 대표 발신자였다.

1988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20년 20일을 ‘짐승의 시간’에 묶여 지내야 했던 한 양심수의 고백이자 연서로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열한가족이 받은 징역이 도합 242년, 지금까지 산 햇수가 140년”이라는 무기수와 장기수의 방에서 휴지며 엽서에 철필로 쓴 그 서신들은 창백한 지식인이 가슴에 긁은 자기개조의 기록이었다.

그로부터 27년. 신영복(74)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고전에서 읽은 세계 인식’을 한 손에,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을 또 한 손에 든 인간 농부가 되었다. 인간과 세계, 사람과 삶을 파헤쳐 농사짓는 일이 공부라며 그 고생길에 함께 나서자고 손을 내민다. 사상범들이 한데 모여 있어 ‘한국의 모스크바’라 불리던 대전교도소에서 맺었던 스승들과의 관계를 그는 이제 이웃에게 되돌려 보낸다.

1989년 부임한 성공회대학교에서 2006년 정년퇴임한 신 교수는 띄엄띄엄 하던 강좌를 지난해 겨울 학기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이를 아쉬워하는 학생과 일반인을 위해 강의 대신 내놓은 책이 『담론(談論)-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다.

성공회대 강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필자가 수정하고 보충해 재구성했다. 그의 강의는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정에 가까운 인간적 소통이다. 그의 교실은 위로하고 격려하며 약속하는 공감의 장이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가는 여행이 공부의 시작이라며 동행하자고 그는 부탁한다.

『시경』과 『초사』를 비교하며 문학을 논하던 신 교수는 ‘현실과 이상’이 어떻게 조화되는가를 설명하려 장기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낸다. 몇 십 년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옥살이를 한 그분들 입에서 나온 말씀이다.

“이론은 좌경적으로 하고, 실천은 우경적으로 하라.”

춘추전국시대 유가(儒家) 학파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재조명하다가 자신은 통일(統一)을 통일(通一)이라 쓴다고 밝힌다. 평화정착과 교류협력, 차이와 다양성의 승인이 통일(通一)이요, 그 길이 통일(統一)로 가는 지혜로운 과정이라 설명한다.

동양 고전을 틀 거리로 빡빡하게 진행되던 강의가 촉촉하고 물컹해지는 건 인간군상론이 펼쳐지는 후반부다. 자신의 20년 수형 생활을 ‘나의 대학 시절’이라 부르는 신 교수에게 옥은 “사회학 교실, 역사학 교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인간학의 교실”이었다.

그는 자신이 강의의 화두로 삼고 있는 '관계론'의 산실이 겨울 독방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증오를 부추기는 무더운 여름 칼잠, 옆 사람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는 한겨울 떡잠, 결국 여름에는 겨울을 그리워하고 겨울에는 여름을 그리워하는 사이에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자연의 섭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목욕탕 수준의 적나라한 공간인 교도소에서 그는 ’함께 맞는 비‘라는 구절을 붓글씨로 자주 썼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 신 교수에게 최고의 인문학은 절망과 역경을 '사람을 키워내는 것'으로 극복하는 일이다.

담론 신영복 지음, 돌베개, 428쪽, 1만8000원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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