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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든 펀드, 나도 잘 몰라" 40%


회사원 이미경(43)씨는 4년 전 한 은행 직원의 권유로 삼성그룹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했다. 한국 대표그룹이니 믿을 만하다는 은행 직원 말만 듣고 매달 20만원씩 투자했다. 그러나 2년 후 수익률은 고작 1% 초반이었다. 환매를 고민했지만 당시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가 쏟아지며 이 펀드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이씨는 거치식으로 바꿔 그대로 두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2년이 지났지만 이 펀드는 오히려 6% 손실을 냈다. 이씨는 “삼성그룹이라기에 안심했을 뿐 어디에 얼마를 투자하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게 불찰”이라며 “은행 직원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펀드 투자자 10명 중 4명은 이씨처럼 ‘잘 알지 못하는’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에 의뢰해 금융자산 2500만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 500명의 펀드 투자 행태를 조사해 보니 펀드 가입에 앞서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펀드 정보를 이해한 후 투자를 결정한다고 답변한 투자자는 60%에 불과했다. 나머지 40%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대중화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남의 얘기만 믿고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다. 현재 자신이 투자한 펀드가 주식·채권·원자재 같은 자산군이나 어떤 지역에 투자되는지 모른다고 답변한 투자자도 32%에 이른다. 이 조사는 2월 12일~3월 2일 진행됐다. 국내 투자자가 뚜렷한 목표 없이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5조7068억원이 빠져나갔다. 특히 4월 초 코스피지수가 3년 동안 닫혀 있던 박스권 상단을 뚫으면서 환매 속도는 거세졌다. 투자자는 연일 펀드를 팔아 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번 달에만 2조3774억원어치 환매했다. 황윤아 제로인 연구원은 “지난해 정부가 배당 활성화 정책을 내놓자 배당주 펀드 붐이 일면서 갑자기 수조원의 자금이 배당주 펀드에 몰렸다”며 “이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나 목표는 뒤로 미루고 금융사 직원이나 지인이 추천하는 유명 펀드의 단기 수익률만 고려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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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35명을 제외한 주식형 펀드의 1년 기대수익률은 16%다. 20% 이상의 고수익을 바란다는 투자자도 전체의 34%에 달했다. 그러나 응답자 중 목표 수익을 달성한 사람은 많지 않다. 펀드를 환매한 사람 중 목표 수익을 낸 투자자는 28%에 불과했다.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환매하는 투자자(33%)가 더 많았다. 이 중 20%는 손실을 보고 환매했다고 답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 지점장은 “1% 저금리 시대엔 과거처럼 10%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며 “연간 목표 수익률을 4~5%로 잡고, 장기 투자로 복리 효과를 누려야 안전하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 투자자 중에서도 한국 투자자가 유난히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아프리카 등 22개국 1만1008명을 대상으로 ‘세계 투자자 심리’를 조사했다. 투자 성과를 평가할 때 한국 투자자가 세계 투자자에 비해 단기 수익률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 투자자의 81%가 2년 이하의 기간을 고려해 투자 성과를 평가한다고 답했다. 3년 이상 장기 투자를 중요하게 삼는다는 응답자는 19%다. 이와 달리 전 세계 투자자는 적어도 3년 이상 5년 이상 투자한다는 비중이 28%다. 미국(33%), 프랑스(41%), 호주(37%) 같은 선진국일수록 장기 투자 비중이 커졌다.

 한국 투자자는 단기적인 시각으로 투자를 하다 보니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세계 투자자의 22%가 올해 목표를 은퇴 설계로 잡았고, 한국 투자자는 ‘주택 마련(25%)’을 첫손에 꼽았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한다는 응답자는 13%에 그쳤다. 그리스(6%)와 중국(3%)을 제외한 세계 투자자 중에서도 은퇴자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았다.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대표는 “주택 구매처럼 현실적인 과제 해결에 치우쳐 투자하면 단기적으로 고수익만 추구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시각과 성급한 판단이 투자 실패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자산가치를 높여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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