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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은 환상, 한국도 신화서 벗어나야

3일 광주를 찾은 베네딕트 앤더슨 미 코넬대 명예교수. 그는 “민족도, 정부도 믿지 않는다. 다만 타인에 대한 공감은 중시한다”고 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민족이라는 개념은 오래 존속되기 어려울 거다. 아시아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으며, 한국에도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다.”

 베네딕트 앤더슨(79) 미국 코넬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그는 민족주의의 본질을 다룬 책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inities)』(1983)의 저자다. 9월 개관 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예술감독 김선정)에서 주최한 비전포럼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 3일 시작한 포럼에서 ‘후기 민족주의, 국가, 시민권, 이주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기조발제를 했다. 포럼 후 그와 만났다.

 - 저서 출간 뒤 30여 년이 흘렀다. 여전히 민족은 실체가 없는, 상상의 공동체인가.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그걸 믿는 민족이 있다면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거다. 스리랑카·미얀마·인도 역시 실제로는 다민족 국가이지만 다수 민족이 지배적이어서 ‘우리처럼 돼야 한다’고 표방하되 실상은 ‘우리처럼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이 점이 위에 든 국가에서 벌어지는 여러 살상·전쟁·폭력의 근원이다.”

 - 그럼에도 오늘날 민족주의의 정치적 위력은 여전하다. 심지어 사이버 환경에서도 민족주의는 압도적 가치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하나.

 “민족주의(Nationalism) 없이는 국제주의(Internationalism)도 없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민족주의가 계속 통용되는 것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의 민족주의는, 언어적 장벽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의 영역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되면 어떨까.

 “미합중국(United States) 이후 현대에 와서 한 국가가 통일 혹은 통합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으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계속됐지만 이는 오히려 분열을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50년대 중국, 미얀마나 스리랑카의 시도 또한 시도에 그쳤고, 구소련도 분할됐다.”

 - 통일 25주년을 맞는 독일이 있지 않나.

 “독일의 경우 주변 강대국의 동의가 있어 통일이 가능했다. 한반도는 어떤가. 주변국 동의가 있더라도 3대 세습 지도자인 김정은이 갈 곳이 없지 않나. 많은 이들이 그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두려워하며 쳐다보는 상황이다.”

 그는 1936년 중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국계 아일랜드인, 어머니는 잉글랜드인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학사,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삶 자체가 ‘민족’이라는 심리적 경계선이 없는 셈이다.

그는 “나는 민족도, 정부도 믿지 않는다. 대부분 정부는 교육을 통해 사안을 단순화하고 거짓말을 한다. 나는 다만 타인에 대한 공감(empathy)은 중시한다. 기조발제 말미에 동남아 중산층 주부들의 이민족 가정부 차별을 거론한 것도 그래서다. 한국도 단일민족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데, 그 자녀들은 뭐가 되나”라고 지적했다.

광주광역시=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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