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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훤히 보이는 삼각형 건물, 학교폭력·왕따 설 땅이 없네요

경기도 남양주시에 완공된 동화고등학교 전경. 고3 학생들의 교실이 있는 건물이다. 삼각형?통유리 등 기존 학교 건물과 확연히 다르게 지어졌다. [사진 남궁선]

학교 내부에 있는 삼각형 중정(사진 위). 네임리스건축의 나은중·유소래 대표. [사진 남궁선·김윤희]
‘21세기 학생을 20세기 교사가 19세기 교실에서 가르친다.’

 바뀌지 않는 교육 환경을 비꼬며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특히 학교 건물은 전국 어딜 가도 비슷하다. 일자형에 2m 내외의 복도가 이어져 있는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교육시설 표준설계도에 따라 학교 건물을 짓던 것이 지금까지 관행처럼 굳어졌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 완공된 삼각형 모양의 동화고등학교는 학교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부건축가인 나은중·유소래 대표(네임리스 건축)의 작품으로, 지난해 계획안만으로 상을 타서 화제가 됐다. 미국건축가협회(AIA)의 ‘뉴욕건축가협회상 대상(Honor Award)’과 김수근문화재단의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받았다.

 삼각학교는 동화고 3학년생을 위한 3층 건물이다. 기존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 새로 지었다. 건물이 들어설 땅의 동쪽(산)·서쪽(동화중학교)·북쪽(운동장)은 환경이 모두 달랐다. 중학교를 면하고 있는 쪽의 창은 최소화하고, 운동장을 마주하고 있는 면은 통유리로 만들었다. 건물은 자연스럽게 삼각형이 됐다. 운동장 쪽 통유리창을 통해 아이들이 교실 내에서 공부하고 쉬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며 환기용 창만 뚫던 폐쇄적인 학교 건물과 확연히 다르다. 건축가는 학교폭력, 왕따와 같은 문제들이 공간의 폐쇄성에서 출발한다고 봤다.

 삼각학교에는 공용공간이 많다. 1층에는 강당과 교무실이 있다. 2~3층에 교실이 있는데 한가운데 하늘이 보이는 삼각형의 중정(中庭·건물 가운데 마당)이 있다. 건축가는 이 중정을 배치할 때 외벽과 평행하게 놓지 않고 10도가량 삐딱하게 놨다. 덕분에 중정과 교실 사이에 있는 복도 폭(2.4~5m)이 제각각이 됐다. 나 대표는 “학교는 아이들이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또 하나의 사회”라며 “아이들이 서로 잘 어우러질 수 있으려면 공용공간이 풍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가의 의도대로 쉬는 시간마다 복도는 아이들의 쉼터이자 놀이터가 됐다.

 교실 내벽은 모두 간이벽이다. 훗날 학생 수가 줄어들 때를 대비했다. 기존학교와 다르지만 건축비가 더 든 건 아니다. 나 대표는 “기존 일자형 학교 건물을 짓는 비용만큼 들었다”고 말했다.

 ◆‘투명성’은 글로벌 트렌드=국내의 경우 일자형의 학교 건물이 대다수지만 해외의 경우 이미 새로운 시도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두 건축가는 올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처음 만든 국제건축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이용해 스위스·영국의 학교 건축을 답사했다. 총 10팀이 참가했는데 두 사람이 낸 결과물이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에선 이미 ▶투명성 ▶풍부한 공용공간 ▶가변형이라는 삼각학교의 세 가지 키워드가 일반화되어 있다. 학교 건물 설계는 공모전을 통해 뽑힌 젊은 건축가들의 등용문이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학교도 많았다. 스위스의 경우 학교건축 설계지침을 통해 가변적인 벽체를 만들 것을 권고하며 저출산에 대비하고 있었다.

 두 건축가가 영국 런던 근교 슬로우의 중·고등학교를 갔을 때다.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3층 높이의 공용공간이 나왔다. 교실이 주변에 있음에도 아이들은 제법 떠들썩하게 체육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에게 “시끄러워서 공부에 방해되지 않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 걸작이다. “애들이 시끄러운 건 당연한 것 아니에요. 우리 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걸 보면 애들이 시끄러워서 공부 못하는 건 아닌 것 같네요.”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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