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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금요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태국 왕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가운데)은 태국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지주다. 재산도 300억 달러에 달한다. 사진은 푸미폰 국왕이 2012년 왕실 사람들을 좌우에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다. [방콕 AP=뉴시스]

태국 쿠데타가 일단락됐다. 이달 23일 전 총리인 잉락 친나왓(48)의 정치 활동이 금지됐다. 그는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이다. 지난해 5월 군부 쿠데타에 의해 권좌에서 밀려났다. 육군참모총장이면서 총리인 쁘라윳 짠오차의 권력이 한층 굳건해졌다.

 정작 서방의 관심은 군부나 잉락 전 총리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미국 시사매거진인 애틀랜틱 등은 “이번 쿠데타에서도 승자는 푸미폰 아둔야뎃(88) 국왕”이라고 평했다. 1950년 즉위한 이후 열 번째 발생한 쿠데타에서도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아서다. 애틀랜틱은 “푸미폰 국왕은 서방 전문가의 눈에 ‘타고난 정치 플레이어’로 비친다”고 최근 평했다.

 푸미폰 국왕의 공식 칭호는 ‘라마 9세’다. 그는 ‘태국 국민의 벗’으로 더 알려졌다. 푸미폰 국왕은 원래 둘째 아들이었다. 그의 형인 라마 8세가 석연찮은 총기 사고로 숨지자 23세 때 즉위했다. 현재까지 65년을 통치했다.

 푸미폰 국왕이 즉위한 후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국민과의 접촉이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카메라·지도·연필이다. 이 세 가지를 챙겨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태국 국민을 만나서다. 길이 없는 곳은 헬기를 타고 찾아갔다. 연중 200일 이상 지방에서 보낸 적도 있었다. 푸미폰 국왕은 열악한 농촌 지역을 직접 눈으로 본 뒤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국왕개발계획’(royal project)을 시작했다. 왕실 재산과 민간 자본 등을 총동원한 태국판 ‘새마을운동’이었다. 태국 국민이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이유다.

 정치적으로도 그는 노련했다. 그는 쿠데타 세력을 승인하기도 하고,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지지하기도 하면서 태국 정치를 주도했다. 73년 10월 학생 혁명 때 푸미폰 국왕은 군대에 쫓기던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왕궁 문을 열었다. 92년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수친다 총리와 시위대를 이끈 잠롱을 왕궁으로 불러들여 갈등을 수습했다. 국왕 앞에 무릎을 꿇은 이들의 모습은 전 세계에 TV로 중계됐다. 태국 국왕의 정치적 위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푸미폰 국왕이 썩 달가워하지 않는 칭호가 하나 있다. ‘현재 가장 부유한 국왕’이다. 태국인들이 붙여준 칭호는 아니다. 미국 포브스는 “푸미폰 국왕의 재산이 300억 달러(약 33조원)에 이른다”고 최근 전했다. 태국의 경제력은 세계 30위 정도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4200억 달러 정도였다. 태국은 석유가 풍부한 나라도 아니다. 그런데도 푸미폰 국왕이 최근 서거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180억 달러)보다 많은 재산을 쥐고 있다. 태국에서 멀지 않은 석유 부국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200억 달러)보다도 많다.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세계 왕가 가운데 태국 왕실처럼 기업 경영까지 잘한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시암은행과 시암시멘트그룹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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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슨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시암은행은 태국 2위 기업이다. 1위는 국영 에너지 회사인 PTT다. 또 시암시멘트는 태국 5위 회사다. 시암은 태국의 옛 이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암은행과 시멘트는 모두 태국 왕실이 20세기 초 즈음 투자해 설립한 회사들”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모두 상장돼 있다. 푸미폰 국왕은 시암은행의 지분 23%를, 시암시멘트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다. 푸미폰 국왕의 지분 가치는 100억 달러 이상이다. 국왕의 재산 목록엔 대규모 부동산도 들어 있다. 그는 방콕과 지방에 6683만㎡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대략 23배 정도 되는 땅이다. 푸미폰 국왕은 또 최고급 호텔 체인인 켐핀스키의 지분도 갖고 있다.

 태국 형법은 국왕과 왕실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고 있다. BBC는 “푸미폰 국왕이 군부와 민간 정부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면서 얻어낸 법 조항이라는 게 태국 반체제 인사들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국왕의 재산도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 태국엔 왕실자산관리국(CPB)이란 독특한 조직이 있다. 푸미폰 국왕의 주식과 부동산을 관리하는 조직이다.

 포브스는 “태국 재무부나 의회 어느 곳도 CPB를 감시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왕실이 배당금과 임대료 등으로 해마다 5000억원에 가까운 소득을 챙기지만 세금은 내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 자산과 수익 관리는 영국 재무부 소관이다. 왕궁 입장료 수입 등이 모두 재무부로 넘어갔다가 다시 왕실로 배정되는 방식이다.

 최근 태국 정계의 앞날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미폰 국왕의 건강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해 12월 국왕이 많이 아파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에겐 올해 예순세 살인 왕세자가 있다. 유일한 아들이다. 애틀랜틱은 “아들은 애완견 생일을 위해 초호화 파티를 열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최근 전했다. 심지어 개인 전용기 이착륙 때문에 일본 총리 비행기의 이착륙이 지연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왕세자빈이 부채 스캔들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왕실 일원으로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태국 왕실의 권위·영향력뿐 아니라 부(富)가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애틀랜틱은 “푸미폰 국왕 즉위 이전인 1932년엔 왕이 쿠데타에 의해 쫓겨나기도 했다”고 했다. 푸미폰 사후 태국 왕실의 영예와 부가 정변의 격랑을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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