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벗방·인형방 '변종' 만 늘어 … "성매매로 번 돈 몰수해야"












지난 20일 오전 2시 동대구역. 50대 여성 두 명이 동남아시아 남성들에게 한국어로 얘기를 꺼냈다. “싼값에 가능하다.” 여관을 잡은 뒤 전화로 여성을 불러 성매매를 하는 호객꾼들이 외국인들에게 접근한 것이다. 잠시 후 기자에게도 50대 남성이 다가와 “절대 적발되지 않는다”며 성매매를 권유했다. 그는 “30~40대 여성이 휴대전화를 받고 직접 찾아온다”며 “안마시술소와 대구지역 최대 성매매촌인 자갈마당에 단속이 집중되기 때문에 이곳은 오히려 호황”이라고 귀띔했다.

 성매매 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3일로 10년. 지속된 단속에 드러내놓고 거리 영업을 하던 서울의 세칭 ‘청량리 588’이나 경기도 파주시 ‘용주골’ 등은 업소와 종사자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유흥업소를 통하거나 여관·오피스텔을 이용한 성매매, 안마방·키스방·인형체험방 같은 변종 업소들은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이른바 ‘풍선효과’다. 해외를 찾아 성을 사고파는 경우 또한 갈수록 늘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지난 19일과 20일 본지 취재팀이 둘러본 집창촌은 한산했다. 서울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촌’ 입구엔 ‘성매매 특별법 폐지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층 건물이 좌우로 늘어선 안쪽 골목은 불빛 하나 새어 나오지 않았다. 손님을 부르는 40~50대 ‘이모’들만이 업소의 존재를 말해줬다. 한 ‘이모’는 “옛날에 비하면 (업소들이) 반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농동 ‘청량리 588’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한 업소 여성이 “지나다니는 사람은 있어도 손님은 별로 없다”며 “언니들은 룸살롱과 노래방으로 많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룸살롱과 노래방을 매개로 음성적인 성매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파주시 파주읍 ‘용주골’은 업소 수가 10년 전 200여 개에서 지금은 20여 개로 10분의 1로 줄었다. 큰길과 만나는 골목 입구에는 칸막이를 세워 놓아 안쪽이 보이지 않게 한 채 조용히 영업했다.

 경기도 수원역 근처 매산동 일대는 성매매 업소가 늘었다. 수원시에 따르면 2005년 49개 업소에 102명이던 성매매 여성이 올해 99개 업소 200명으로 증가했다. 서울과 경기도 북부에서 단속에 밀려온 업소와 여성들이 이곳에 계속 모여들었다. 골목 깊숙이 들어간 곳에는 외국인 전용업소도 있다. 안산 등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거리 업소 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독신자들이 늘면서 온갖 신종·변종 성매매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남윤인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키스방 등 신종·변종 성매매 업소 단속 건수는 2010년 2068건에서 2013년 4706건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이 됐다. 올해는 7월까지 3620건이 적발됐다.

 경찰이 이런 신종·변종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성매매는 이를 피해 다른 방식을 찾고 있다.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카페를 차려 놓고 회원을 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혹시 경찰이 손님으로 가장해 단속하는 것이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다른 업소 이용 전력을 확인하기도 하고, 재직증명서를 보내라고도 한다. <중앙일보 9월 11일자 10면

 해외 성매매도 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성매매 여성들과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들이 해외로 나가기 때문이다. 2009년 128건이던 해외 성매매 검거는 지난해 496건으로 거의 4배가 됐다.

◆인터넷 유사 성매매=인터넷 방송에서는 성 관련 콘텐트를 사고파는 일종의 ‘유사 성매매’가 판치고 있다. 일명 ‘벗방’(벗는 방) 등을 통해서다. 한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 ‘낮에도 핫한 방송’이라는 제목의 방에 들어가 보니 한낮인데도 300명 이상이 접속한 상태였다. 20대 여성 방송진행자(BJ)가 속옷이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 의자에 앉아 방송을 진행했다. ‘아이템 777개를 주면 춤을 보여주겠다’는 등의 글이 채팅 창에 떠올랐다. 아이템은 개당 100원으로 이를 BJ에게 주면 수익을 BJ와 인터넷 방송 업체가 나눈다.

 밤에는 인터넷 방송 사이트마다 10개 이상의 ‘벗방’이 개설된다. 매일 수만 명이 이런 방송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BJ들은 손님을 잡기 위해 더 자극적인 행위를 하겠다며 경쟁한다. 신체 부위를 보여줄 때도 있다. 심지어 유흥업소 여성을 불러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는 이를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는 ‘몰카 생중계 방송’까지 등장했다.

 현실이 이런 데도 단속 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지만 인력이 모자라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인터넷 방송까지 24시간 모니터 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업소 적발돼도 벌금뿐 … 영업정지·폐쇄 처분을"

성매매 특별법(성특법) 시행 이후 10년. 우리 사회에서 ‘윤락’은 ‘성매매’로, ‘윤락녀(女)는 ‘성매매 피해자’ 또는 ‘성매매자’로 바뀌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특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성(性)은 판매되는 것에서 구매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사회가 성 구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매매는 겉모습을 달리한 채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전통적인 집창촌(集娼村)의 숫자는 2002년 69곳에서 지난해 44곳으로 줄었지만 신종·변종 성매매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풍선효과’로 인한 성특법 무용론도 제기된다.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부소장은 “성매매 산업은 한쪽에서 누르기 때문에 다른 쪽에서 늘어나는 게 아니라 욕망과 수익이 관련된 사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변종을 만들며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성특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산업 규모는 커지고 있는데 성매매 사범 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만큼 법 집행 의지와 적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성매매를 엄격히 다루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2009년 7만6000여 명이 적발됐지만 최근엔 매년 1만여 명으로 줄었다. 구속 수사 비율은 검거된 피의자의 0.5~1%에 그친다. 성특법 위반 사범의 정식 재판 청구 비율은 지난해 8.5%에 불과했고 기소유예가 40.5%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상 성매매를 알선하면 징역 3년 이하, 벌금 3000만원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벌금 선고에 그친다. 이렇다 보니 업주들은 벌금만 내고 장소를 옮겨 계속 영업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적발된 모든 성매매업소에 단계적으로 영업정지·영업취소·업소폐쇄 처분을 내리고 불법 수익을 몰수해야 성매매 산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특법 자체에 대한 위헌 논란도 넘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1월 성매매 행위로 기소된 여성은 헌법재판소에 성특법 일부 조항(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성특법 21조 1항)의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했다. 강요되지 않은 성매매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해당하는 만큼 허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사미숙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활동가는 “성특법이 모든 성노동자들을 불법화하면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는 등 인권 침해가 더 심해진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부터는 성매매 여성에게 국가가 주거와 자활 지원 등 보호책임이 대폭 확대된다.

파주·수원·대구=전익진·임명수·김윤호 기자, 윤정민 기자 , 김혜미·이유정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성매매 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2004년 9월 23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구강 등 신체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