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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할리우드가 독립영화에 투자하는 이유

최익환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
LA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범죄 코미디 영화 한 편이 파격적인 이야기 전개, 인상적인 캐릭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남녀의 막춤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영화 ‘펄프픽션’은 85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신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 199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2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였다.

 ‘펄프픽션’은 디즈니가 독립영화를 전문으로 제작, 배급하던 미라맥스를 합병한 이후 첫 작품으로 예상치 못한 폭발적 흥행은 타 메이저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독립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확인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앞다퉈 독립영화 성격의 저예산 영화를 제작하는 자회사 성격의 스페셜티 디비전을 설립하거나 인수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기 발랄한 인재풀을 가진 독립 영화계는 할리우드의 탄탄한 자본력, 전략적 시스템과 결합해 자본 조달 방식과 수익 모델이 다양화되면서 독립영화를 지속적으로 제작,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 구조가 확립되었다. 또한 유능한 인디 감독들이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유입되기 시작하며, 돌파구를 찾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새로운 시도와 연출기법으로 한층 다채로워 지게 되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는 메이저 스튜디오를 매개로 서로 상보의 교류를 하고 이는 영화 생태계로 확장되며 영화산업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선순환이 궁극적으로 미국영화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모멘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필자는 이것이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진짜 힘이라 생각한다.

 영화산업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90년대 후반부터 부흥기를 맞이하기 시작하여 지난해 극장 관객 2억 명 돌파, 한국영화 점유율 60%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매년 주목 받는 다양성 영화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개별적인 작품에 그칠뿐 한국영화 전체의 활력이 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장편제작연구과정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한국영화계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KAFA는 저예산 장편영화를 통하여 우수 감독을 발굴하고, 상업영화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한국영화산업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대형영화 중심의 시장환경에서 현실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다양한 저예산 영화로부터 촉발된 활력들이 영화 생태계로 이어져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자본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지속적으로 자본을 투자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에 기반해 생태계를 발전시킨 사례는 참고 할만 하다.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시장확장을 해온 대기업도 이제 한국영화의 다양성 영화 시장발전을 위한 시스템과 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최익환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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