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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국 경제, 된다고 말하게"

[일러스트=강일구]

김종수
논설위원
역대 최단기간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명량’에는 명대사가 여럿이다. 그중에서 요즘 한창 뜨는 대사 가운데 하나가 “된다고 말하게”다. 극 중에서 압도적 다수의 왜적선과 한창 전투를 벌이던 이순신은 갑판 위의 화포들을 좌노 쪽으로 모두 옮기라고 지시한다. 부하들은 “그러면 다 죽을 수도 있다”고 반발한다. 그러자 이순신이 목소리를 높여 외친다. “된다고 말하게!”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일단 된다고 믿고 해보라는 것이다. 스스로 “된다”고 입밖에 내뱉는 순간, 할 수 있다는 자기확신이 들고 실제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된다”는 무기력과 패배감을 떨치고 도전과 성공을 부르는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다. 최악의 상황을 극적인 승리로 전환하는 마법의 언어다. 이순신은 혼전의 와중에 자칫 처지고 흐트러질지 모르는 부하들의 마음을 다잡아 전투에 집중시키는 고도의 심리요법을 구사한 것이다. “된다”는 말을 주문처럼 읊조리다 보면 어느덧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실제로 해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이순신의 계산이었던 셈이다.

 사실 “된다고 말하게”란 말 앞에는 ‘하면’이란 말이 생략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순신이 요구한 자기실현적 예언의 전문(全文)은 “(하면) 된다”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 아닌가. 맞다. 바로 개발연대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어낸 국민적 구호 ‘하면 된다’란 말이다. 아무것도 없던 빈곤의 바닥에서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일군 원동력이 ‘하면 된다’ 정신이었다. 개발연대의 철 지난 구호로 치부했던 ‘하면 된다’가 최고 흥행의 영화에서 이순신의 입으로 그럴 듯하게 재현되어 명대사의 반열에 오른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요즘 영화 밖 세상인 한국 경제에도 ‘하면 된다’는 외침이 절실하다. 그간 너무나 침체된 나머지 거의 체념 상태에까지 이른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경제주체가 뭐라도 해보겠다는 의욕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단 얘기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시도해보고, 해보니까 되더라는 자기확신이 다시 경제회생을 이끄는 선순환의 돌파구가 필요한 것이다. 이 점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회생 프로젝트는 일단 그 도전의 물꼬는 텄다고 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을 계기로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 거래가 기지개를 켜는 것을 보면 ‘뭔가 될 것 같다’는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어쩌면 국민은 그동안 뭔가를 해보려는 기대를 잔뜩 가진 채 누군가 ‘하면 된다’고 외치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주가든 부동산값이든 오른다는 믿음이 생겨야 오르는 법이다. 경기를 살리겠다는 다짐이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로 바뀌고, 그것이 실제로 경기를 살리는 동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하면 된다’는 주문만 외친다고 승리가 거저 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도전해서 성과를 거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점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처방전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내수 촉진을 위한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는 얼핏 규모는 커 보이지만 실제 집행되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시간도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돌리기 위한 사내유보금 과세제의 도입은 그 효과가 불투명하다.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 완화는 주택경기를 일시적으로 부양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내수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국민의 경제심리를 띄우기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본격적인 경제회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한번 해보자’는 의욕을 불러일으킨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것이 실제로 될 것이란 확신은 아직 주지 못하는 것이다.

 관건은 역시 장기적인 안정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다.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파와 공공기관 개혁, 노동시장의 혁신이 필요하단 것이다. 구조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가까스로 되살린 경제의욕도 언제 사그라질지 모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의욕적으로 도전했는데 갖가지 규제에 막혀 실제로 되는 일이 없다면 그로 인한 좌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면 된다’가 ‘해도 안 되더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최경환 경제팀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일단 단기적인 경기회복을 발판으로 곧바로 본격적인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할 이유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주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해 “경제부처 장관들이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직접 뛰라”고 주문했다. 경기부양과 구조개혁의 가시적인 성과가 조기에 나타나지 않으면 국민의 기대와 의욕이 꺾일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이 묻어난다. 사실 최경환 경제팀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바로 국민의 경제회생에 대한 간절한 기대와 열망이다. 지난 7·30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 결과는 이를 여실히 반영한다. 국민은 최경환 경제팀에 ‘된다’고 외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되는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 그것도 아주 빠른 시기에.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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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