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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양ㆍ한방 밥그릇 싸움, 그걸 왜 해?"

의료계(양방)와 한의계(한방)의 영역 다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천연물신약 처방권, 의료기기 사용, 치매등급제 참여 등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는 각각 ‘의사만 할 수 있다’ 혹은 ‘한의사만 할 수 있다’, ‘의사, 한의사 모두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해묵은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마치 땅에 선을 긋고 ‘이 땅은 내 땅이니 넘어오면 가만 안 둬’라는 식이지만, 양‧한방 간에는 그 선마저도 모호해 좀처럼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의사들도 미용 레이저기기는 물론 수액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겁 없이’ 선언한 이가 있다. 바로 소아한방네트워크 함소아, 함소아제약의 최혁용 대표다. 한의사이자 제약회사 대표다.

의료계의 비난이 그를 향해 빗발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의계 내에서도 ‘너무 앞서간 것 아니냐’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최 대표를 만났다.

▲ 함소아제약 최혁용 대표. 한의사이자 제약사 대표인 그는 최근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를 꿈꾼다. 궁극적 목표는 의료의 일원화다.

갈등의 원인은 양‧한방 이원화된 구조의 문제?
“보건의료계 내의 직역갈등의 80%는 바로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이죠. 지금의 의료시스템 구조에서는 양방과 한방이 영역 다툼을 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구조의 문제인 셈이에요.”

24일 함소아한의원에서 만난 최 대표는 일련의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양방‧한방이 각각 존재하는 이원화된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와 같은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도 양의사‧한의사로 구분되지만, 두 직종의 면허 범위가 같아요. 수술‧침‧한약이 양의사‧한의사 중 누구의 것이라는 구분이 없는 것이죠. 미국‧일본 양의사는 침을 놓을 수 있어요. 하지만 양분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양의사가 침‧한약을 사용 못해요. 즉 다른 나라는 의료행위를 공유하면서 의사는 현대의학에, 한의사는 한방의학에 ‘전문성’을 내세우는 식이라면, 우리는 한덩어리를 쪼개서 양‧한방이 각각 자신의 영역을 ‘독점’하는 식입니다. ‘전문성’과 ‘독점성’의 차이죠. 이렇게 다른 나라와 달리 의료라는 영역을 쪼갠 다음, 각자 자기 역할만 하라는 게 곧 양‧한방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약은 한의사의 것, 현대의료기기는 양의사의 것’이라는 일종의 영역 구분이 첨예한 직역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현재와 같은 의료시스템에서 양‧한방의 갈등을 줄이려면 결국 공유하는 부분을 점점 넓혀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방 vs 한방, 누가 쓸 것인가
하지만 현재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놓고 의학계와 한의학계의 다툼이 거세다. 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은 한의학적 처방을 바탕으로 했으므로 자신들에게 처방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의사들은 현대의학적 방식과 과정을 거쳐 신약이 개발된 것이라며 의사 단독처방권을 주장한다. 중간에 선 보건복지부도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대표의 주장은 한의계의 주장과 조금 다르다. 천연물신약을 한의사만 쓸 수 있다는 한의계와는 달리 의사‧한의사 모두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사라진‧토비콤‧무슬리스정‧비그만 등 이미 한약으로 만든 약을 양방에서 수십년 간 쓰고 있어요. 이제 와서 이걸 못쓰게 한다는 게 불가능한 얘깁니다. 반대로 한방에서도 레이저기기를 1975년부터 사용해왔어요. 레이저침은 한방의료보험도 적용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걸 못쓰게 한다? 그것도 말이 안되죠.”

결국 그가 주장하는 것은 목적이 아닌 ‘도구’나 ‘수단’으로 양‧한방을 구분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천연물신약 역시 의사‧한의사가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방과 한방의 의료행위를 구분하는 규정은 의료법 2조 딱 한 조항 뿐입니다. 의사는 의료행위를,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를 행한다는 문구죠.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는 의료의 목적을 나타냅니다. 침‧엑스레이‧레이저‧천연물신약 등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예를 들어 한의사가 침을 놓기 위해 양약을 사용해 소독을 했다면, 소독한 게 양의사들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지 침이라는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이죠. 게다가 도구는 나날이 다양하게 발전해가는데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나눌 건가요?”

‘도구는 양‧한방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최대한 공유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한의사들도 미용 레이저기기는 물론 수액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선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의료기기에 양‧한방 구분이 어딨나?”



앞서 대한의사협회가 전문의약품인 천연물신약을 한의원에 불법 유통한 혐의로 검찰에 함소아제약을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 지난 6월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최 대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한의사의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은행잎·미슬토·마늘·감초·셀레늄 주사 등을 한의계로 사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말도 안되는 ‘진료영역 파괴’라며 최 대표를 향한 의료계의 비난의 거세다.

서울시의사회는 “함소아제약이 전문의약품 사용과 한의사용 레이저•수액제제 사용을 주장한 데 대해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레이저를 활용한 피부진료는 양방 피부과에서 오랜기간 축적된 임상경험과 최신 의료장비를 활용한 치료법”이라며 “단순히 의료기기를 활용해 진료를 넓힐 수 있다는 생각은 의료인으로서 견지해야 할 기본적인 의료윤리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식약처와 한의협의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소송’에 보조인으로 나선 상황이다.

이에 최 대표는 “한의대 교과과정의 60~70% 양방과목”이라며 “학교에서 얼마나 배웠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양의사들 가운데 초음파 구경도 못하고 졸업한 사람이 절반은 넘을 것이다. 오히려 한의대에서 배우는 메카니즘은 양의대에서 배우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의료기기는 한의사용, 양의사용 구분이 없다. 양방에선 천연물신약이 양방 원리로 만들어졌다고 주장을 하는데 양방의 원리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를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침은 IMS, 한약은 천연물신약, 매선은 실리프팅이라는 이름으로 양방이 한방의 원리로 만들어진 것을 뺏어가려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의사? 제약사 대표? 혹은 변호사?
최 대표의 주장은 한마디로 의료기기‧천연물신약‧침 등 의료행위를 위한 ‘도구’를 놓고 양‧한방이 서로 다툴 것이 아니라, 공유하고 함께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것의 궁극적인 목표점은 바로 ‘의료일원화’다.

그는 “진단 영역에 있어서는 이미 양‧한방이 똑같은 진단 기준을 사용하므로 통합됐다고 본다. 의료의 절반은 통합된 셈이다. 이제 치료부분만 통합되면 의료일원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한의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특히 현 한의협 집행부는 뜸‧침‧부황‧천연물신약 등에 대한 한의사만의 독점권을 주장하고 있다.

“한의계는 크게 한의사의 독점권을 주장하는 독점파, 저처럼 한방의 보험적용 확대를 주장하는 공공의료파로 나뉩니다. 한의사가 한방 영역의 모든 걸 독점하자는 주장은 한의사에게 매력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일 뿐 아니라, 독점해봤자 발전이 없고 국민에게 외면당하면 망할 수밖에 없어요. 또 독점권을 주장하려면 부정적인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게 됩니다.”

이같은 주장에 혹자는 ‘제약업자라서 ‘양‧한방 양쪽에 제품을 많이 팔아먹으려고 이런 주장을 한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정치적 반대자들이 ‘쟨 제약업자니까, 제약업자에게 유리한 주장한다’고 하죠. 하지만 선후관계를 따져보면, 의료일원화라는 주장이 먼저고 그 다음에 제약회사를 세운 겁니다. 우리도 계속해서 한약 원재료만을 쓸 게 아니라 규격화‧제형화해서 한의학을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죠.”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제약회사를 세웠고, 의료일원화를 고민하다가 보건정책을 전공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법과 제도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올해 로스쿨에 입학했다. 의료일원화로 나아가기 위해 변호사라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 하는 일은 하나에요. 의료일원화, 의료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움직이는 것일 뿐이죠. 지금 당장은 양‧한방이 도구를 공유하는 데 최대한 에너지를 쓰려고 합니다. 아, 그리고 한의협 회장에 또 도전할 겁니다. 회장이 될 때까지, 끝까지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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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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