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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펀드 투자, 세 마리 채권을 낚아라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은 없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정작 올해 펀드 시장에선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주식형 펀드에선 돈이 빠져나갔고 채권형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선 4조330억원이 유출됐고 채권형 펀드엔 1조4111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비단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선진국 채권 펀드에는 13주 연속, 신흥국 채권 펀드에는 10주 연속 자금이 유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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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시장 상황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하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프랭클린템플턴·피델리티의 채권 담당 임원들은 그레이트 로테이션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필요한 채권 투자 전략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경기가 좋아지면 투자위험(리스크)이 낮아지는 하이일드채권, 금리 인상기에 유리한 금리연동 대출채권,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탄탄해 미국의 테이퍼링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신흥국 채권에 분산 투자하라는 얘기다. 3개 운용사 채권 담당 임원들은 “5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2.48%)는 지난해 12월(3.04%)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며 “그레이트 로테이션에 대한 근거는 미미한 반면 금리인상 우려는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채권에 대한 관심을 거둬선 안 된다는 말이다.

정선언 기자

하이일드 채권, 경기 회복세에도 추천
기업 펀더멘털 탄탄해지기 때문

■ 폴 드눈 얼라이언스번스틴 이사


 - 올 들어 한국에선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5455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해외 채권 펀드에 유입된 자금의 92%에 달하는 규모다.

 “금리인상 전망에도 하이일드 채권 펀드가 인기를 누린 것은 경기 회복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채권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하이일드 채권 지수와 미국 국채 지수, 주식 대표 지수 S&P500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국채보다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일드 채권이 경기 회복의 혜택을 보는 이유는 뭔가.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은 채권 시장엔 악재다. 주식 시장이 상승하면서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탓이다. 하지만 하이일드 채권 시장엔 호재다. 하이일드 채권을 발행하는 투자부적격 등급 기업의 펀더멘털이 탄탄해지면서 부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채권의 가장 큰 투자 위험(부도율)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리 연동 대출채권이 더 유망해 보인다.

 “작년 2분기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금리 연동 대출채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글로벌 금융그룹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하이일드 채권의 누적 수익률이 뱅크론의 2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이일드 펀드의 수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글로벌 금리 하락세와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수요 증가로 수익률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채권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하이일드 채권은 채권이라기보다 주식에 대한 대체 투자처로서의 지위가 가능한 자산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금리연동 대출채권, 하이일드와 비슷
투자금 회수 쉬워 리스크는 낮아

■ 마크 보야디잔 프랭클린템플턴 부사장


 -아직 한국에선 금리연동 대출채권 투자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마무리되면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채권 투자 수익률도 낮아진다. 하지만 금리연동 대출채권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영국의 은행 간 대출금리인 리보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도 오르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보 금리가 미국 국채 금리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에 따라 리보 금리 역시 수년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연동금리 대출채권 펀드는 금리 전략을 통해서만 수익을 얻는 게 아니다. 은행이 투자부적격 등급의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준 뒤 발행한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주식 시장에서 종목 발굴하듯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발행한 대출 채권을 발굴하는 것, 거기서 얻는 수익이 더 크다. 특히 한국에 출시된 펀드의 경우, 금리 전략과 채권 투자 전략의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한다는 게 장점이다. 리보 금리가 오르면 금리 전략 비중을, 리보 금리가 현재 상태에서 답보하면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말이다.”

 -은행을 거치긴 하지만 투자 부적격 등급 기업 채권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하이일드 채권 펀드와 유사한데.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하이일드 채권 펀드가 투자부적격 등급 기업 채권에 직접 투자한다면 금리연동 대출채권 펀드는 이들 기업에 은행 같은 금융사가 돈을 빌려주고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다. 해당 기업이 부도가 났을 때 먼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금리연동 대출채권이 하이일드 채권보다 금리가 낮은 건 이 때문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낮다.”


신흥국 채권, 아시아 국가가 유망
현지 통화보다 달러 표시가 안전

■ 스티브 엘리스 피델리티 이사


 -한국에선 올해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 1454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5월 현재 BBB+ 등급의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의 수익률은 5.46%다. 반면 이보다 등급이 낮은 B+ 등급의 미국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은 5.3%다. 또 한국에서 판매 중인 피델리티의 신흥국 채권 펀드의 6월 5일 현재 수익률은 9.31%로 미국 하이일드 펀드(4.84%)보다 높다. 하이일드 채권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신흥국 채권이 가장 유망하다.”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것 아닌가.

 “지난해 버냉키 쇼크를 돌아보면 투자자들의 우려가 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신흥국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가 대표적이다.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인도를 사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의 신흥국 채권 펀드는 베네수엘라·브라질 등 남미 국가 비중이 크다. 남미보다 아시아 신흥국의 펀더멘털이 더 탄탄하다고 평가받는데.

 “대부분 신흥국 펀드가 추종하는 지수가 남미 비중이 크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지적한 대로 펀더멘털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아시아 국가가 더 유망하다. 피델리티 역시 남미 지역 비중을 줄이고 있다.”

 -신흥국 채권 펀드 투자 시 유의할 점이 있다면.

 “현지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보다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한다. 환율 등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도 편입하고 있다.

 “신흥국 회사채의 가장 큰 투자 위험은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서 부도 위험이 불거진다. 그러나 달러로 채권을 발행하는 신흥국 기업을 들여다보면 지배구조 여건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고수익·고위험 채권.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해 부도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이자율도 높다. 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이다 보니 ‘정크본드’로 불리기도 했으나, 1970년대 들어 틈새시장으로 인식되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금리연동 대출채권=은행 같은 금융사가 투자 부적격 등급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준 대출 채권으로 시니어론 또는 뱅크론으로도 불린다. 투자 부적격 등급 회사에 투자한다는 점에선 하이일드 채권과 유사하지만, 은행을 거치는 만큼 우선 상환된다는 게 차이 다. 리보 금리에 연동 돼 금리가 오를 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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