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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운전할 사람 없어 … 고속정 못 띄운 해경

최경호
사회부문 기자
어이없는 일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해양경찰 비상대기 잠수요원(122구조대)들이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이유가 그렇다. 사고 해역까지 1시간20분이면 갈 수 있는 초고속 함정이 눈앞에 있었으나 배를 몰 인력이 없었다. 이 때문에 잠수요원들은 기지가 있는 전남 목포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진도 팽목항까지 자동차로 달려가 다시 배를 갈아타고 출동해야 했다.

 전말은 이렇다. 목포 해경은 최고 30노트(시속 56㎞)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최신형 고속함정 11척을 갖고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이 중 4척은 먼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단속 등을 했다. 나머지 7척은 목포 해경전용부두에 머물러 있었다. 승무원들이 교대 근무를 하면서 쉬는 차례가 돼 배도 쉬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 목포의 기지에서 비상 대기하던 잠수요원 7명에게도 연락이 왔다. 전복하는 선박의 인명 구조엔 이들이 필수여서다. 처음 잠수요원들은 전용 소형 고속보트를 타고 갈까 했다. 38노트(시속 70㎞)까지 낼 수 있는 보트다. 그러나 연료를 많이 싣지 않는 소형이어서 83㎞ 떨어진 사고 지점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런 문제가 없는 고속함정 7척이 코앞에 있지만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그중엔 35노트(시속 65㎞)로 달려 80분이면 도착할 함정도 있었다. 그러나 이 배를 타고 가려면 별도의 승무원이 필요했다. 결국 잠수요원들은 차를 타고 가서 배로 갈아타는 방법을 택했다. 현실적으로 사고 해역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사고 해역에 다다른 것은 최초 신고로부터 2시간32분이 지난 오전 11시24분. 세월호는 뱃머리만 수면 위로 남겨놓은 상태였다. 늦게 도착한 잠수요원들은 세월호가 더 가라앉기 전에 배 안에 진입해보려 했지만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한국해양대 윤종휘(해양경찰학) 교수는 “고속함정을 운항할 인력을 비상대기조에 포함시켜놨더라면 잠수요원들이 빨리 출동해 인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대 근무 때문에 목포 해경부두에 늘 고속함정 몇 척이 머무른다는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운항 인력만 있으면 이걸 타고 조기 출동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경은 비상대기 잠수요원만 뒀다. 결과적으로 119구조대는 있는데, 구급차를 몰 사람은 없는 것 같은 꼴이 됐다.

 사고 당시 바다에 나가 있던 해경 함정 중에도 잠수요원이 탄 배가 있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 출동하지 못했다. 이 점을 두고도 말이 많다.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는 섬 사이를 누벼야 하는 데다 물살이 빨라 매우 위험한 곳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28차례 선박 사고가 나 1명이 숨지고 238명이 구조된 해역이다. 하지만 구조를 위해 급파돼야 할 잠수요원들이 탄 함정은 이런 위험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만일에 대비한 함정 배치’의 실패다.

 이런저런 이유로 세월호 침몰 초기엔 해경 함정 중에 123정 하나만 구조활동을 하게 됐다. 여기에 실린 구조장비는 고속단정(소형 고무보트) 1대 정도였다. 세월호가 완전히 기울자 123정도 동반 침몰 위험 때문에 멀찍이 물러났고, 결국 7인승 고속단정 하나만 어선, 전남도어업지도선과 함께 구조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놀고 있는 고속함정조차 타고 출동할 수 없는, 해경의 구멍 난 비상대기 체계가 빚어낸 광경이었다.

최경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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