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몸으로 깨닫는 우주 균형 … 국선도가 길잡이

김기영 법사보가 국선도 시범을 보였다. 58세의 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유연했다. 다리는 쫙 찢어지고, 팔은 뒤로 쑥 올라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고난도 동작을 부탁하자 영화 ‘올드보이’에서 화제가 된 유지태의 물구나무 서기와 비슷한 동작을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인도에서 젊은 요가 수행자가 국선도 본원을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스승님께서 돌아가실 때 요가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독창성)가 한국의 국선도에 있다. 가서 보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의 스승은 요기(요가의 높은 수련자에 대한 존칭)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로스 등의 요가 사범들도 국선도를 본 뒤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우리가 배운 요가는 파편적이다. 아무리 오리지널 요가를 찾으려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국선도에 그게 있다.” 전설처럼 들리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국선도 본원을 찾았다. 안국빌딩 3층으로 들어서자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산뜻한 카페와 나무로 된 복도, 그리고 북악산이 커다란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수련장이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모던하네요”했더니 하재희 사범은 “편한 공간을 만들려 했다”고 답했다.

 단행본 『국선도 이야기』 (도서출판 국선도)가 최근 출간됐다. 현대 국선도를 일으킨 청산선사의 어록 중 핵심을 추려서 엮었다. 1967년 산에서 내려와 국선도를 연 청산선사는 84년에 다시 입산했다. 그때 배운 제자들이 법사가 돼서 국선도를 전하고 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청산선사를 대신해 김기영(58) 법사보에게 국선도를 물었다. 그는 32년째 국선도를 수련 중이다. 연세대 상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다가 국선도에 매료돼 아예 전문 지도자로 나섰다.

 - 국선도, 한마디로 뭔가.

 “한민족 고유의 신체단련법이자 정신수양법이다. 실제 해보면 아주 효과적이다.”

 -국선도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다. 왜 그런가.

 “심신이 서로 연결돼 있다. 마음은 몸에 영향을 주고, 몸은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를 도외시하고 나머지 하나를 좋게 하긴 어렵다. 한 마디로 심신일원론이다. 그게 존재의 법칙이다.”

 - 몸과 마음, 그럼 그 바탕은 뭔가.

 “몸과 마음의 기본은 에너지다. 그게 ‘기(氣)’다. 마음도 기의 작용이고, 몸도 기의 현상이다. 국선도를 통해 몸은 강건하게, 마음은 올바르게 수련한다. 몸과 마음이 같이 가는 게 국선도의 가장 큰 특징이다.”

 김 법사는 ‘체지체능(體智體能)’이라고 표현했다. 몸으로 알고, 몸으로 능하다. “손을 꼬집으면 어떻게 될까. 이게 손과 팔의 신경을 따라서 뇌에 전달돼 우리가 아프다는 걸 인식한다. 그건 머리로 아는 거다. 그럼 체지체능은 뭔가. 딱 꼬집으면 쫙 아픈 거다. 그렇게 아는 거다.” 그는 몸으로 알수록 나와 공동체, 나와 우주가 깊이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 청산선사는 ‘돌고 도는 대자연의 생성원리’를 강조했다. 거기에 참여하라고 했는데.

 “소우주(사람)는 순환이 중요하다. 대우주도 그렇다. 지구 자체가 돈다. 지구는 태양 둘레도 돈다. 우주 운동을 도형으로 표현하면 원(圓)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돌기에 음양 변화가 생긴다. 음과 양의 돌고도는 순환 법칙에 우리 몸도 순응하면 된다. 국선도의 동작에는 그게 녹아 있다.”

 - 어떤 식으로 녹아 있나.

 “때로는 구부려서 움츠리고, 때로는 뒤로 젖힌다. 이런 동작들이 음양의 원리로 돼 있다. 현대인은 머리도, 어깨도, 척추도 각자 생활 습관에 따라 쓰던 방향으로만 주로 쓰며 생활한다. 그럼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여기서 음과 양의 부조화가 생긴다. 국선도는 수련을 통해 음양 조화의 질서를 회복해 준다. 그래서 국선도는 이로운 운동이다.”

 - 해로운 운동도 있나.

 “물론이다. 운동할 때는 몸을 부분적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또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좌우 균형성을 갖춘 운동이 좋다. 마지막으로 단전호흡을 통해 몸 안의 원기를 기를 수 있는 운동이 좋다.”

 - 몸 안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기르나.

 “우리가 어디서 에너지를 취하나. 입으로 먹는 음식과 코로 마시는 공기다. 이 둘을 통해 기운이 만들어진다. 이 대기에는 광활한 생명자원인 기(氣)가 있다. 청산선사께선 그 비중이 입이 3, 코가 7이라고 했다. 호흡이 그만큼 중요하다.”

 음식은 땅에서 난다. 공기는 하늘에서 온다. 김 법사는 “음식은 마이너스(-) 성질이고, 호흡을 통해서 들어온 하늘 기운은 플러스(+) 성질이다. 둘이 만나면 에너지가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 둘이 어떻게 만나나.

 “음식은 위장에서 소화된 후에 자연스럽게 소장모혈(소장에 있는 혈자리)로 간다. 그 부위가 단전이다. 그 다음에는 코로 마신 공기를 단전으로 끌고 가면 된다. 단전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호흡을 하면 된다. 그럼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만난다. 그때 단전이 에너지의 생산공장이 된다. 스트레스로 기운이 딸리는 현대인에게 아주 유용하다.”

청산선사 어록 중 핵심을 추려 엮은 책.
 청산선사는 저서 『삶의 길』에서 “숨이란 만들어 쉬는 것이 아니라 절로 쉬는 것이다”고 했다. 각종 인위적 호흡법에 대해 경고를 한 셈이다. 김 법사는 “사람의 몸은 대자연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우리가 쉬는 숨도 대자연의 리듬을 타야 한다. 그 거대한 물결을 타고 가면서 받아들이는 거다”고 말했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청산선사=청운도인으로부터 국선도법을 익힌 청산선사는 1967년 하산해 국선도를 보급했다. 70년 서울 종로의 단성사 옆 백궁빌딩에 국선도 본원을 열었다. 청산선사는 하산할 때 밝힌 대로 84년 다시 입산했다. 국선도 본원은 2010년에 안국동으로 옮겼다. 국선도에선 9700여 년 전 상고시대를 거쳐 고조선, 삼국시대로 내려오는 한민족 풍류도의 맥을 잇는다고 설명한다. 비전(秘傳)으로만 전승되던 것을 청산선사가 세상에 전했다고 한다.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