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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들 국경 넘을 때 열에 여덟은 성폭행” 충격 증언

[사진 해당 영상 캡쳐]

“탈북 여성들은 국경을 넘으면서 열에 여덟은 성폭행을 당합니다. 사흘 정도 국경에 잡혀있었는데, 웬 남성들이 와서 여자들을 죽 세워놓고 원숭이 보듯 위아래로, 여기저기 훑어보더니 몸값을 가지고 흥정을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8000원 주고 데려갔어요. ”

14일 오전 서울 연세대 새천년관 세미나실. 북한에서 인권 유린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휴먼리버티센터’ 창립 간담회에서 한 편의 동영상이 상영됐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중년 여성은 북한에서 탈출한 최경옥씨. 최씨가 담담하게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에 장내는 순간 숙연해졌다.

최씨가 탈북을 결심한 것은 두 딸 때문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딸들은 흙을 주워먹었다. 하지만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속에서 흙이 뭉쳐 변을 보지 못하는 딸을 거꾸로 들고 최씨는 나뭇가지로 항문에서 흙덩어리를 파냈다. 돌처럼 단단해진 흙덩어리를 파낼때마다 딸의 항문은 찢어져 피가 났다. 그 때 결심했다. 차라리 목숨 걸고 이 땅을 떠나자고, 어미로서 책임을 지자고, 어딜 가더라도 내 새끼들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씨는 먼저 자신이 가서 자리를 잡고 딸들을 데려오리라고 마음먹었다. 몽골에서 중국 변방까지 걸어서 15분이라는 브로커 말만 믿고 한겨울에 철조망을 넘었다. 당시 최씨는 임신 7개월이었다. 하지만 사흘 밤낮을 걸어도 브로커가 이야기한 변방은 나오질 않았다. 걸어도 걸어도 그자리인 것만 같았다. 더 이상은 못가겠다 싶어 소변을 보려고 앉았다 일어나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리 사이에 묵직한 것이 매달려 있었다. 아이가 예정일보다 세달 가까이 빨리 태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보다 더 기력이 없는 아이는 울었지만,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장박동도 제대로 느껴지질 않았다. 그렇게 최씨는 젖 한번 물리지 못하고 품 안에서 아이의 심장이 멈추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국경을 넘으면서 최씨가 잃은 것은 아이 뿐만이 아니었다. 한겨울에 며칠을 걸은 최씨는 동상에 걸렸고, 발가락 대부분을 잘라야 했다. 지금도 성한 발가락은 오른쪽 세개 뿐이다.

최씨의 사연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 내에서, 탈북 과정에서 겪는 참혹한 상황의 일부일 뿐이다. 휴먼리버티 센터장인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8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공청회에서 직접 들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전해줬다.

한 탈북자는 포로수용소에서 목격한 일을 털어놨다. 한 교도관이 오더니 “당신들 처지가 안됐다”며 탈출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자신은 의심을 품고 동참하지 않았지만, 대여섯명은 그 말을 믿고선 한밤중에 교도관이 가르쳐준 담장으로 가서 탈출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들이 담장을 다 기어오르기도 전에 등 뒤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렸고, 전원 사살됐다. 총을 쏜 것은 바로 탈출을 도와주겠다던 그 교도관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탈출하는 포로를 잡거나 죽이면 포상이 있대요. 대학을 보내준다나, 교육을 시켜준다나. 그래서 실적 올리려고 그랬대요. 그런데 그 윗사람들도 그 포로들이 교도관 말에 속아서 담장 넘으려고 했던걸 알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도 잘 죽였다며 상을 주더라고요.”
이 대사는 “한 탈북자는 포로 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해 손가락이 잘렸다.그런데 그 사람은 손가락 자른 사람에게 고맙다고 하더라. 죽이지 않고 손가락만 잘라서 다행이라는 것이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COI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눈물을 보이며 격분했다고 한다.

이 대사는 얼마전 미국 워싱턴에서 한 여성이 북한에서 당한 인권 탄압에 대해 증언하는 기자회견에서 목격한 장면도 전했다. 곱상한 외모의 여성이 자신이 당한 일을 침착하게 이야기했는데, 외신 기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한다. 말로서는 그 참혹함이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순간 갑자기 그 여성이 책상 위로 올라가 치마를 걷어보였다. 여성의 허벅지는 말 그대로 군데군데 도려내져 그 다리로 어떻게 서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외신 기자들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카메라 셔터만 눌러댔다고 한다. 북한 포로수용소에서는 순번을 정해 교도관들이 여성 포로들을 성폭행하고, 입막음을 위해 그자리에서 즉결 처형하는 일도 잦다.

휴먼리버티센터가 하려는 일은 바로 이처럼 포로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고문한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COI가 올 3월 낼 보고서에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 행위가 ‘반인도 범죄’라는 증거를 담을 예정이다. 그동안 국제사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한 선언적 규탄은 있었으나, 반인도 범죄라고 못박는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뿐 아니라 인권 분야에 있어서도 ‘레드 라인’을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COI가 반인도범죄를 규정하며 어느 정도 구체적인 부분까지 언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런 짓을 저지른 범죄자의 이름과 혐의를 특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도부까지 거론하기는 힘들겠지만 구체적으로 포로수용소의 교도관이나 군사 책임자 등의 이름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휴먼리버티센터는 영국의 로펌 호건 로벨스와 협약을 맺고 이런 범죄자들을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지 법적으로 검토해 COI의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독자적인 별도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유엔 안보리를 통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거나 국제사법재판소(ICC)에 회부, 기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들을 처벌하기 위해 뉘른베르크 재판을 진행했듯이 특별 법정을 세울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이런 시도 자체가 북한 정권에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휴먼리버티센터 창립식에 참여한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과거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서독이 동독에서 인권 유린에 가담한 책임자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보관했다”며 “추후에라도 이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사법처리하겠다는 근거를 마련해놓은 것인데, 서독의 이런 시도 이후 동독에서 인권 상황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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