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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휴대전화 보조금 규제 말고 공개하자

이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공짜폰’에 이어 ‘마이너스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휴대전화를 사면 오히려 돈을 돌려준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보에 밝지 않은 이상 공짜폰·마이너스폰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 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5년 2조8000억원 수준이던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 마케팅비는 2012년 6조8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번호이동(MNP) 규모만 2004년 294만 건에서 2012년 1260만 건으로 4.3배로 늘었다. 번호이동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가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 5% 대비 4배 이상 높다. 2007년 이후 매년 천만 명 이상이 번호이동을 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은 결국 지나친 보조금 경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교체 비용이 17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잦은 단말기 교체는 국가적인 자원의 낭비며 가계에는 통신비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OECD가 발표한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13’에서 우리나라 가계통신비 지출액이 회원국 중 3위로 높았다. 지나친 마케팅 경쟁은 단말 가격구조를 왜곡하는 측면도 있다. 보조금을 감안해 출고가를 책정할 경우 단말 가격에 거품이 나타날 수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프리미엄 단말기 평균 가격은 643.3달러로 조사 대상 48개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프리미엄폰뿐만 아니라 저사양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세계에서 둘째로 평균 가격이 높다.

 현재 논의 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보조금을 전면 금지하거나 일부 이용자에게만 지급하던 과거 규제들과 달리 보조금을 지금처럼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지급하되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공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고 단말 유통구조 건전화를 도모하려는 정책목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상한규제 등 보조금 규모 축소를 위한 규정도 타당하다고 본다. 지나친 보조금 경쟁이 재발되지 않아야 단말기 출고가가 내려갈 수 있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알뜰폰 등 저가폰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통신요금 인하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발전 및 이용자 편익 향상에 활용돼야 할 재원이 소모적인 가입자 유치경쟁에 투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조금 중심의 과열경쟁을 억제해 빈번한 단말기 교체를 줄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되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마틴 루서의 탁상어록에 따르면 두 마리 양이 급류가 흐르는 강 위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지만 큰 양이 먼저 엎드려 두 마리 모두 무사히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이야기가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 법이 이해관계의 갈등보다 국민을 위해 먼저 엎드리는 지혜를 발휘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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