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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年 한두 명만 초청 … 박 대통령 이례적 예우

영국 왕실 전통에 따라 펼쳐지는 만찬 자리에는 왕실 가족과 영국 측 인사, 외국 정상 수행원 등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여왕과 정상은 양국 우호를 다짐하는 환영사와 답사를 한다. 2008년 3월 국빈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위해 베푼 국빈 만찬에서 엘리자베스 2세가 연설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제 외교무대에서 의전의 최정상으로 치는 ‘국빈 방문(State Visit)’. 그중에서도 영국 왕실에서 초청하는 국빈 방문은 그 격식과 화려함으로 인해 세계 최고의 예우로 통한다. 이런 특별 대우를 박근혜 대통령이 극히 이례적으로 다음 달 5일부터 7일까지 2박3일간 받게 된다.

이번 영국 국빈 방문이 특별한 건 무엇보다 그 시기 때문이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영국 왕실은 외국 정상들을 초청해 ‘특별 대접’을 함으로써 중요한 외교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유구한 전통에 입각한 고품격 의전행사를 경험한 각국 정상들은 영국 왕실의 환대에 감동하기 마련이다. 자연 영국에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04년 12월 한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에 국빈 방문 한 번 오는 게 여러 국가원수의 꿈”이라고. 그러면서 그는 “격식을 잘 모르고 대단한 일인지도 몰라 이렇게 골치 아픈 걸 왜 하느냐고 물어 반기문 장관을 당황시켰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철저하게 국격 따지는 ‘ 품질관리’ 정평
영국 국빈 방문에 권위가 있는 건 그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다. 영국 왕실이 국빈 방문을 남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연 1~2회가 고작이다. 아무나 초대하지 않음으로써 철저한 품질관리를 하는 셈이다.

엘리자베스 2세가 등극한 건 1952년 2월. 지난 61년 동안 그는 각국 정상을 런던으로 초대해 융숭히 대접했다. 지금까지 엘리자베스 2세의 초대를 받은 나라는 전 세계 257개국 중 59개국. 1년에 한 나라도 안 되는 셈이다. 매년 한두 번에 그치지만 영국 정부는 가급적 많은 국가 정상을 초대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한다. 여왕의 초대는 외교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누굴 부를지는 영국 정부와 상의해 결정한다. 따라서 국빈 방문 초대를 두 번 이상 받는다는 건 영국이 해당 국가를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물론 예외가 있다. 유럽의 이웃 나라 정상들은 두 번 이상씩 불렀다. 프랑스는 6번, 독일·이탈리아는 4번, 노르웨이·포르투갈·터키는 3번이었다. 이어 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폴란드는 2번을 기록했다. 산유국 정상들도 특별 대접을 받았다. 4번이나 초대받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비롯해 나이지리아·멕시코·브라질은 3번, 인도네시아·카타르가 2번이었다. 이 밖에 영연방 국가로서 영국과 특수 관계인 인도·남아공(3번), 말레이시아(2번), 그리고 똑같은 입헌군주국이던 요르단·네팔(2번)이 그 명단에 오른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고도 두 번 이상 국빈 방문한 국가는 딱 세 나라다. 미국·중국·일본이다. 하나같이 국제 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초강대국들이다. 오스트리아·스위스·그리스·벨기에·헝가리 등 웬만한 유럽 국가는 물론 러시아 정상도 지난 61년간 단 한 번밖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유럽의 주요 이웃이나 산유국, 또는 주요 영연방 국가가 아닌 한 영국을 두 번 이상 국빈 방문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다시 초청하더라도 20~30년쯤 지나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도 1971년 히로히토 국왕의 국빈 방문 후 그의 아들 아키히토 국왕의 재방문이 이뤄진 건 27년이 지난 1998년이었다. 예외라면 미국·중국·브라질 세 나라 정도다. 미국은 조지 W 부시(2003년)에 이어 8년 만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2011년)이, 중국의 경우 장쩌민(1999년) 국가주석 이후 6년 만에 후진타오(2005년) 국가주석이 런던을 찾았다. 브라질의 페르난두 카르도주, 룰라 대통령은 1997년과 2006년에 각각 초대를 받았다.
 
아시아 대표 여성 지도자라는 점 평가
한국은 영국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편이다. 게다가 강대국이 아니라 중견국일 뿐이다. 그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10년도 안 돼 엘리자베스 2세의 초대를 받는다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특별 대우는 어떻게 성사됐을까.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는 “이번 국빈 방문은 한국과 영국 두 나라가 정치·경제는 물론 과학·기술 연구 및 교육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이 무궁무진하다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영국은 2010년 5월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이 출범한 뒤 한국을 ‘주목해야 할 주요 신흥국가(emerging power)’ 중 하나로 지정하고 양국 간 교류 증진에 공을 들여왔다. 와이트먼 대사는 또 “박 대통령이 아시아의 대표적 여성 지도자라는 점도 높이 평가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 노력도 한몫
외교가에선 와이트먼 대사의 남다른 노력도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계 각국에 파견된 영국의 대사들이 주재국과의 관계를 다지기 위해 그 나라 정상의 국빈 방문을 추진하는 경우는 많다고 한다. 그러나 왕실 초청장이 날아오려면 몇 년씩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빈 방문도 실은 전임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하려던 게 미뤄지는 바람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우엔 한국의 달라진 위상과 향후 협력 가능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이례적으로 초청이 빨리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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