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가 있는 아침]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김광규 번역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시는 휘황찬란한 달빛에 비친 뜬금없는 약속에 제 몸을 싣지 않는다. 넘실대는 환상의 파도 위에서 고귀하고 아름다운 노를 저으며 영광스러운 생애를 꿈꾸지 않는다. 시는 꿈에 부푼 성공의 확신 따위가 허황되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일에서 사실주의의 본령을 확인한다. 예쁜 말로 피워낸 나무 한 그루를 양지바른 곳에 심는 대신, 시는 고통으로 내려앉은 한줌의 재를 쥐고서 벌거벗은 몸으로 부당한 현실과 싸운다. 서정적인 감동의 세계에 몸을 내맡기는 대신 시는 비루한 일상을 땀내 나는 언어로 담아낸, 몹시도 이지적 산물이다. 서정시의 용도가 폐기되었다는 시인의 저 말에는 흥에 젖어 감행한 선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때,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가 곧잘 삶을 속일 수도 있다는 경고가 숨어 있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