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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읽는 시계, 앞 못 보는 친구 덕에 탄생

김형수씨가 손으로 만져서 시간을 알 수 있는 ‘브래들리 시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특별함은 생각의 깊이에서 나온다.

 수업시간에 옆자리 친구가 귓속말로 자꾸 시간을 물어왔다. 귀찮았지만 꾹 참고 시간을 알려줬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친구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손에 시각장애인용 시계를 차고 있었지만 누르면 음성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였다. 친구는 수업을 방해하기 싫어 자꾸 시간을 물어봤던 거였다.

 2011년 7월의 일이었다. 시각장애인 친구의 불편을 덜어주겠다는 마음이 그 이후 7개월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손으로 읽는 시계’가 탄생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MBA 졸업생 김형수(34)씨의 창업 스토리다.

 “원리는 간단하다. 보통의 시계에 자석 기능을 도입했다. 두 개의 작은 쇠구슬로 시침과 분침을 표시했다. 두 개의 쇠구슬은 자석으로 연결돼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이동한다. 그래서 손으로 만지면 몇 시인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시험삼아 보였더니 좋아했다.

 “제품 개발에서 가장 신경쓴 건 디자인이었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도 좋아할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제품 개발 뒤엔 스토리 발굴에 나섰다. 우연히 미국인 친구의 소개로 시각장애인 수영선수 브래들리 스나이더를 만났다. 그는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Navy SEAL) 출신. 아프가니스탄 근무 중 폭탄 파편에 맞아 시력을 잃은 뒤 재활에 성공했다. 런던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로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스포츠 영웅 중 한 명이다.

 그의 이름을 제품 브랜드로 사용하기로 했다. ‘브래들리 시계’를 킥스타터 사이트(www.kickstarter.com)에 올렸다. 킥스타터는 참신한 아이디어에 투자할 준비가 돼있는 익명의 대중을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는 개발자’와 연결해주는 일종의 소셜 클라우드펀딩 사이트다.

 지난 11일 킥스타터에 브래들리 시계를 올린 지 6시간 만에 4만 달러(4460여만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첫 날 주문량만 400개였다. 24일(현지시간) 현재 총 모금액은 36만 달러(4억여원)에 이른다. 미 언론들의 관심도 뜨겁다. 보스턴글로브와 씨넷 등에서 김씨 얘기를 성공 스토리로 다뤘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시계에 담긴 사연과 디자인이 좋다며 너도나도 주문을 해왔다. 당초 의도했듯이 시각장애인용으로 한정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로즈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출신 2명과 하버드대학원 졸업생 1명 등 3명을 공동설립자로, 자신을 창업자로 한 회사를 설립하고, 이름도 ‘이원(eone)’이라고 지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온 김씨는 요즘 워싱턴 시내 벤처사업가들이 공동으로 쓰는 일종의 옥탑방 사무실에서 또 다른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냥 제품을 만드는 회사보다는 스토리와 이미지를 파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하이힐의 성공은 키 작은 사람들이 신는 구두가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들이 신는 구두라는 생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브래들리 시계는 아직 일반에겐 시판되지 않고 있다. 킥스타터를 통해서만 128달러(14만5000원)에 팔린다. 펀딩기간 중에는 일반에 판매할 수 없다는 킥스타터의 운용 규정상 8월 중순쯤에나 일반에게 판매할 수 있다.

워싱턴=글·사진 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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