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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김윤남 원불교 원정사 열반

1950~60년대 격동의 현대사 한가운데에 서 있었던 유민(維民) 홍진기 전 중앙일보?동양방송 회장(오른쪽)과 부인 김윤남 원불교 원정사. 80년대 초반 서울 성북동 자택 정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김 원정사는 홍 전 회장을 평생 신심으로 내조했다. [사진 유민문화재단]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어머니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모인 원불교 김윤남(신타원 김혜성) 원정사(圓正師)가 5일 오전 11시 삼성서울병원에서 노환으로 열반했다. 90세. 법랍 50년.

 고인은 1924년 전남 목포에서 훗날 조흥은행 전무를 지낸 고(故) 김신석의 1남1녀 중 외딸로 태어났다.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3학년 때인 43년 전주지방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던 고(故) 홍진기 전 중앙일보·동양방송 회장과 결혼했다.

 슬하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홍석현 회장,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 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 등 4남2녀를 두었다.

 고인의 부친 김신석 전 전무는 동일은행(1943년 조흥은행으로 합병) 상무로 재직할 당시 경성지방법원 인사조정위원 자격으로 법원 출입이 잦았다. 그게 홍진기 전 회장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훤칠한 키의 재원(才媛)이던 고인은 부모에게 “부자보다 자격 있는 사람이 낫다”며 홍 전 회장에 대한 호감을 표했다고 한다. 홍 전 회장 역시 김 전 전무의 제안에 따라 즐기던 담배를 끊어 결혼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평온한 결혼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다. 현대사의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고인은 어린 자녀들과 함께 부산으로 피란을 가는 고초를 겪었다. 특히 홍 전 회장은 50∼60년대 격동의 역사 한복판에 있었다. 한일회담과 제네바회담 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지냈고, 4·19 당시 내무부 장관으로 경찰 발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3년여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고인은 이런 어려움을 신앙의 힘으로 견뎠다. 62년 원불교에 입교한 후 “내가 죽을 때 가져갈 것은 ‘적공(積功) 보따리’ 밖에 없다”며 평생 한결 같은 신심을 발휘했다. 80년대 초반 오랜 병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신앙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의 진리를 믿고 알게 된 만큼 큰 여한이 없다”며 생사를 초월한 자세로 병과 싸웠다고 한다. 특히 원불교의 핵심 교리가 담긴 ‘일원상 서원문’을 병상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50차례 이상 독송한 결과 건강을 회복했고, 이후 일원상 서원문 독송을 평생 실천했다.

 60년대 고인과 인연을 맺은 승타원 송영봉 종사는 그런 고인에 대해 “순경(順境)에서나 역경(逆境)에서나 늘 기도 일념으로 사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특히 “1986년 홍 전 회장이 돌아가신 직후 성북동 자택을 찾았을 때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의연하신 모습을 보고 수행의 경지가 보통이 아님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고인의 신심은 주변을 감화시켰다. 수감 시절 홍 전 회장이 입교했고, 여섯 자녀도 차례로 원불교 교도가 됐다.

 한 원불교 관계자는 “미주 교화 등 원불교 교세 확장에 고인이 끼친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랜 서원을 세워 자녀들로 하여금 신심을 내도록 한 결과 2011년 뉴욕주 클래버랙에 원다르마센터가 문을 열었다.

 고인은 장학사업에도 힘을 쏟았다. 홍 전 회장의 법명인 인천(仁天)과 고인의 법명인 혜성(慧性)에서 한 글자씩을 딴 ‘인혜장학회’를 만들어 서울대 법대생들을 도왔다. 또 홍 전 회장의 법호인 국산(國山)과 고인의 법호인 신타원(信陀圓)에서 한 글자씩을 딴 ‘국신장학회’를 설립해 원불교 인재양성에 힘을 보탰다.

 원불교는 91년 고인에게 출가위(出家位) 법위(法位)와 함께 종사(宗師) 법훈(法勳·원불교 훈장)을 내렸다. 출가위는 지금까지 재가 교도가 오른 최고 법위다. 출가위는 열반하면 원정사로 표현한다.

 장례는 원불교 교단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 발인은 8일 오전 7시 30분이다. 02-3410-6917.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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