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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힐링 게임 시대… '댄스센트럴3'로 60대 노인 위염 치료

젊은이들의 놀이 도구였던 게임이 복지·재활·의료·교육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우리마포복지관에서 60·70대 노인들이 음악과 화면에 맞춰 동작 인식 댄스게임을 하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우리마포복지관 재활체육실. 160㎡ 남짓한 이곳에는 러닝머신, 자전거 같은 운동기구가 비치돼 있고 입구 옆에는 대형 화면이 설치돼 있다. 오전 10시가 되자 커다란 화면 앞으로 열댓 명의 60~70대 남녀 노인이 모여든다. “치료선생님, 우리 좋아하는 그 곡으로 할게요.” 운동복 차림의 강경심(67·여)씨가 리모컨을 조작하자 화면에 나온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동작인식 게임 ‘댄스센트럴3’. ‘뷰티풀 걸’ 노래가 흘러나오자 모여든 노인들은 화면에 나오는 춤사위를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지관은 지난해 6월 치매 등 노인성 질병 예방과 노인 건강 유지를 위해 게임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복지관의 물리치료사가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동작인식 게임기를 들여놨고, 이를 알게 된 MS에서는 게임 타이틀을 지원했다. 이슬기 치료사는 “당뇨 환자에게는 러닝머신보다 동작형 게임이 좋다는 해외 연구 논문을 보고 도입했다”며 “곡과 동작의 난이도에 따라 스트레칭용이나 근력 강화용으로 조절하는데, 80대 노인도 와서 즐긴다”고 말했다. 도입 후 반응이 좋아 기존의 체조 프로그램을 게임으로 대체했다. 주5일 복지관에 나와 댄스 게임을 한다는 김행순(68·여)씨는 “위염과 소화장애·두통 증세가 나아져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복지관 4층의 데이케어센터. 치매나 뇌졸중, 중풍 같은 질환을 앓는 장기요양 1~3등급 노인들을 돌보는 곳이다. 치매 환자인 신모(83·여)씨가 대형 PC 화면 앞에 앉았다. 복지사가 신씨의 이름을 화면에 입력하자 전용 게임이 시작된다. 신씨는 화면에 나타난 직선·곡선·대각선·원 같은 모형을 따라 팔을 들어 손가락 끝을 움직였다. 김수진 사회복지사는 “반복적인 훈련으로 뇌에 자극을 주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국립재활원은 뇌졸중·편마비 환자의 재활을 위해 국내 벤처업체와 함께 치료용 게임을 개발했다. 화면을 따라 게임을 즐기면서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게 된다(사진 위). 소아암 환자의 치료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성 게임 ‘리미션’은 전 세계 81개국 암 병동에서 사용되고 있다(아래).
 어린이나 청소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게임이 재활·의료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제까지의 게임 시장은 PC·모바일·콘솔 등 즐기는 방법은 다양해도 목적은 ‘재미’ 한 가지였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게임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게임산업 규모는 지난해보다 6% 성장한 704억 달러로 예상된다.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의 성장으로 전체 규모가 늘었을 뿐 가장 큰 콘솔 시장은 1% 줄어든 306억 달러에 그쳤고 PC용 패키지 시장은 7% 감소했다.

 그런데 동작인식 기술 등의 발달로 게임의 용도가 확장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목표 달성과 재미라는 게임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교육·의료·훈련 같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는 기능성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 기능성 게임 시장 규모는 31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매년 70%씩 성장해 2015년에는 88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게임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인 셈이다.

 지난 3월 국립재활원은 국내 벤처회사들과 손잡고 재활 전용 동작인식 기기와 게임을 개발했다. 지난달 서울시 강북구 인수동 국립재활원에서 만난 선해량(62)씨는 마비된 좌반신 재활을 위해 음악 게임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가 전용 기기의 화면 앞에 앉아 마비된 왼팔을 전용 걸이에 올려놓은 뒤 게임을 시작하자 화면 왼쪽 구석에 드럼 이미지가 나타났고, 그쪽으로 손을 움직여 두드리는 시늉을 하자 ‘탕탕’ 소리가 났다. 화면에 탬버린·실로폰·장구 등의 타악기가 나타날 때마다 선씨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게임을 즐겼고, 화면에는 그의 머리·어깨·목·팔·손목 같은 신체 관절 가운데 현재 사용하는 부위가 표시됐다. 선씨는 “날마다 병원에 나와 20~30분씩 하는데, 조금씩 근육에 힘이 붙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창기 국립재활원 연구원은 “자기 몸의 어느 근육을 쓰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환자들의 호응이 높다”며 “자동 축적된 데이터는 치료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게임은 MS의 동작인식 기기 키넥트를 국내 기업 MDS테크놀로지가 전용 기기로 개조하고, 벤처업체 세완이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우리마포복지관의 치매 노인들이 활용하는 게임 역시 세완이 만들었다. 세완의 고재관 대표는 “물리치료사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고 있다”며 “환자들의 사용 경험을 소프트웨어 보완에 반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MS는 누구나 키넥트와 관련한 동작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 툴을 공개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이를 이용한 관련 벤처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작인식이 의료와 재활뿐 아니라 교육·군사용 소프트웨어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완이 국방부에 납품한 전용 소프트웨어는 전방의 동작·거리·소리를 인식해 자동 경계하는 무인 감시 기능을 갖췄다. 고 대표는 “학생들이 과학 시간에 위험한 시약품을 직접 다루는 대신 가상 실험을 하는 교육용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라며 “동작인식 분야는 소규모 벤처도 기술만 있으면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완은 지난해 MS와 인텔이 주관하는 스마트카용 키넥트 개발에도 참여했다.

 외국에서는 기능성 게임 개발이 더 활발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와 그 아내 파멜라가 260만 달러(약 28억원)를 지원해 2003년 개발한 소아암 환자용 기능성게임 ‘리미션’이 대표적인 예다. 4년간 게임 개발자와 전문의, 심리학자, 영양학자, 의료법 전문가 등 50명이 매달려 주인공이 초소형 로봇을 타고 항암제, 방사선 치료, 식이요법으로 암세포를 없애는 내용의 게임을 만들었다. 임상시험 결과 게임이 치료를 돕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당시 리미션 개발을 주도한 파멜라 카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의대 교수는 2011년 의사들을 위한 기능성 게임 ‘에어메딕 스카이1’도 개발했다. 수련의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갖춰야 할 침착성과 신속성을 훈련하는 게임으로, 손끝에 생체인식기를 달아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고 위기 대처 능력을 배운다. 현재 네덜란드 의대 교수들이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 보급도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MS의 윈도용 키넥트를 응용한 의료용 소프트웨어가 이미 상용화됐다.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며 손짓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조작하는 ‘오펙(OPEC)’, 중증장애인의 입 모양을 감지해 PC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오크(OAK)’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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