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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경영’… 산 함께 오르다 보니 실적도 오르더라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은 이 회사에서 다섯 번째 연임 중인 장수 최고경영자(CEO)입니다. 탄탄한 실적이 바탕이 됐지요. 경제 관료 출신으로 1998년 취임 당시 글로벌 재보험 시장 순위 32위였던 대한재보험(2002년 Korean Re로 사명 변경)은 지난해 글로벌 톱 10에 진입했습니다. 국내 금융회사로선 최초의 일이죠. 아시아 시장에선 2002년 이래 부동의 1위입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은 6년째 A-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정성·투명성·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죠. 매출액에 해당하는 수재보험료는 재임 기간 연평균 12%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로 그는 코리안리의 도전적 기업문화를 첫손에 꼽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업문화를 가꿀 수 있었던 건 2004년부터 해마다 임직원들과 백두대간 종주를 한 덕이라고 말합니다. 지난봄엔 13명의 직원과 히말라야로 떠나 해발 5550m의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에 올랐습니다. ‘등산 경영’이라고나 할까요. 박 사장의 등산경영론과 기업문화론을 두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전 직원 백두대간 종주한 자신감
지난 여름 직원들과 2박3일 일정으로 강원도 태백산에 올랐습니다. 공교롭게 장마 때라 비가 많이 왔습니다. 동행한 외국 거래회사 소속 외국인들이 “비가 이렇게 오는데 갈 수 있느냐”고 걱정하더군요. 이틀 연속 비를 맞으면서 40㎞를 걸었습니다. 준비해 간 도시락을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서 먹는데 빗물이 떨어져 물에 만 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웃음꽃을 피우면서 그 밥을 먹었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산을 타는데 자연히 도전정신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이 같은 악천후와 싸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악도 생기죠. 코리안리는 전 직원이 백두대간을 종주한 회사입니다. ‘등산경영’ 덕에 어떤 목표든 세우면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의 기업문화가 됐죠.

이런 이야기를 외국 사람들에게 하면 놀라면서도 “당신네 회사와 거래하고 싶다”고 합니다. 회사 분위기를 보니 신뢰가 간다는 거죠. 반면 국내 기업인들은 저에게 “그 위험한 짓을 왜 하느냐”고 걱정해 줍니다. 사실 위험을 무릅쓴 히말라야행은 바보짓일 수 있어요. 밤새 고산병에 시달리다 보니 ‘이러다 심장마비로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가져간 비상용 산소통과 연결해 산소 마스크를 썼는데 그때의 살 것 같은 기분이란, ‘산소 같은 여자’라는 광고 카피의 참뜻을 온몸으로 깨달았죠.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기업문화란 기업의 정신입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신과 철학의 총화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대자연 앞에 서면 마음이 열리게 마련입니다. 더욱이 동료들과 산에서 어울리다 보면 자연히 마음을 열게 되죠. 힘들어하는 동료를 부축하고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 협동의 자세도 가다듬게 되고요. 등산 자체야 육체적으로 힘들죠. 홍콩법인장으로 근무할 때 무릎을 다쳐 등산을 못 하게 된 강성범 부장은 재활훈련을 받고 참가해 지금은 강원도 설악산 대청봉도 오릅니다. 무릎도 완전히 나았죠. 이번에 상무로 승진했는데 “백두대간 종주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무릎을 고쳤겠느냐”고 합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이런 도전 정신이 기업문화로 뿌리내리도록 하려면 구성원들이 단체로 움직여야 합니다.

등산경영은 업종에 관계없이 웬만한 기업은 한번 해 볼 만합니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한계기업이나 기업문화가 잘못된 곳이 도입하면 효과가 크죠. 잘나가는 회사지만 구성원들이 자만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징후가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합니다. 동고동락하다 보면 잠자는 영혼과 사고가 깨어나고 재도전 의지와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우리 회사의 등산경영을 벤치마킹한 회사들이 대부분 이를 도입하는 데 실패했다는 겁니다. 구성원들이 등산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등산 자체가 고단하죠. 우리 회사 젊은 신입사원들조차 처음엔 등산을 두려워합니다. 등산경영을 하려면 그래서 모범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제가 산을 오르는 것은 누구처럼 “산이 그곳에 있어서”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입니다.

CEO의 열정이 약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쪽이라면 등산경영이 먹혀 들기 어려울 겁니다. 현실과 타협하고 구성원에 영합하는 것을 저는 ‘우매(愚昧) 경영’이라고 부릅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같은 것이죠. 기업의 파이를 키우기보다 승진과 연봉 인상, 성과급을 내세워 임기 채우는 데 골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산경영은 왜 하는가. 회사 실적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겁니다. 기업문화가 좋게 바뀌어 구성원들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더 열심히 일하는데 실적이 좋아지는 건 너무도 당연하죠. 등산경영의 성과는 우리 회사의 실적이 뒷받침합니다. 등산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동료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서 도전욕을 불태우고 동료애를 다지다 보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죠. 132년 된 장수기업 코닥이 법정관리 기업으로 전락한 건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발명하고도 필름 시장이 위축될 것을 두려워해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은 때문입니다. 한때 최고 직장으로 통한 소니도 현실에 안주한 탓에 계열 생명보험회사가 먹여 살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상식적인 이야기겠지만 등산의 부수적 효과는 건강 증진입니다.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정신적 긴장을 푸는 한편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체 활동을 해야 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몸이 건강해야 열정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CEO 앞장서지 않으면 등산경영 실패
신체 활동은 정신노동자들이 한계 상황을 극복하고 근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고 실제로 주저앉을 때도 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일행의 도움을 받고라도 결국은 하산해 일상에 복귀합니다. 등산 전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만 결국 해냈다는 것을 우리 몸으로 배웁니다. 이런 경험이 정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어떤 정신적 고난이 닥쳤을 때 이길 힘을 내게 되죠. 재충전의 효과라고 할까요.

우리 회사는 체(體)·덕(德)·지(智)를 갖춘 인재상을 추구합니다. 15세기에 설립된 영국의 명문 이튼 칼리지의 교훈이 바로 체·덕·지이죠. 여기서 체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의 건강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기업 구성원의 정신, 즉 철학 내지는 가치관이 건강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체·덕·지는 사회 지도자의 덕목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가 결국 정신적인 면에서 비롯된 것 아닙니까.

우리는 체육대회를 하더라도 전원이 참가하는 종목을 선호합니다. 가령 부서 대항 축구시합을 하면 경기에서 빠지려는 사람이 나와요. 주로 축구를 못 하는 사람들이죠. 이를 막기 위해 상대 팀끼리 축구 못하는 사람을 선수로 지명하게 합니다. 못하는 사람들끼리 경기를 하게 만드는 거죠. 여직원들도 참여해 자기들끼리 축구시합을 합니다. 축구 못하는 사람들도 참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연말에 가족까지 초청해 ‘가족 사랑의 밤’ 행사를 할 때도 우리는 부서·직급별로 팀을 짜 공연을 하게 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서로 가까워지게 마련이죠. 연습을 열심히 하다 보면 춤이든 노래든 다들 곧잘 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의 효과는 직업가수 불러다 노래 들으며 밥 먹는 행사 때와 확실히 달라요. 역시 키워드는 참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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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