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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1만1588%...EPL 구단주 되려면<1>

 2017/2018 영국 프리미어리그(EPL)가 시즌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현재 맨체스터시티가 승점 78점으로, 남은 9경기에서 4승만 추가하면 자력 우승을 확정 짓게 됩니다. 
 
EPL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축구팬을 거느린 프로축구 리그입니다. 유럽 주요 리그 우승팀이 겨루는 챔피언스리그 전적을 따지자면 스페인 리그(프리메라기가)나 독일 리그(분데스리가)를 최고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인기는 EPL이 더 많습니다. 
 
EPL이 최고인 분야가 하나 또 있습니다. 바로 돈(Money)입니다. 
  
돈 쏟아지는 EPL 
 
영국 컨설팅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2017~2018시즌 EPL 소속 20개 클럽의 총매출은 45억 파운드(약 6조 6285억원)입니다. 이중 14개 팀이 전세계 축구클럽 수입 30위(2016~2017년)에 이름을 올렸죠. 랭킹 2위 이탈리아 팀이 5개, 그 다음인 독일·스페인 팀이 각각 4개, 3개인 것과 비교하면, EPL에 얼마나 많은 돈이 몰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EPL은 이런 '머니 파워'로 좋은 선수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축구관측소에 따르면 EPL 팀들이 지금의 스쿼드(선수단)을 갖추기 위해 쓴 돈은 총 57억 유로(약 7조 6936억원)입니다. 2위인 이탈리아 세리에A(24억 유로)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1개 팀 평균 2억 8700만 유로(약 3876억원)를 쓴 셈인데,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 선수 530명의 연봉 총액이 734억원입니다. EPL의 씀씀이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시나요? 
  
EPL의 힘은 얼마 전 막을 내린 겨울 이적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PL 팀들은 이 시장에서 총 4억 3000만 파운드(약 6575억원)를 썼습니다. 두 번째인 프리메라리가(2억 5000만 파운드, 3824억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금액입니다.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는 수비수 최고액인 7500만 파운드(1083억원), 아이메릭 라포르테(맨시티)와 오바메양(아스날)도 각각 800억원대 이적료로 팀을 옮겼습니다. EPL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지금의 이적료는)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몇년 후에는 선수당 2억, 3억 유로가 될 것"이라고 한탄했죠.
 
축구를 사랑하는 '슈가 대디'들
EPL의 대표적인 슈가 대디 구단주들

EPL의 대표적인 슈가 대디 구단주들

  
유럽리그 선수의 몸값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과 이에 따른 중계권료 인상, 중계권료 인상,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스폰서십(후원)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폭등했습니다. 이 중 흥미로운 것은 일명 '슈가 대디'로 불리는 부자 구단주들입니다. 
  
EPL '슈가 대디'의 원조는 러시아의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입니다.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부터 1억 9600만 달러를 들여 첼시의 지분 94%를 사들였습니다. 첼시는 2002년 20개 팀 중 5위를 기록했지만, '슈가 대디' 아브라모비치가 선수 영입에 1억 파운드 이상을 쓰고 '우승 청부사' 조제 모리뉴 감독을 선임하며 2004-2005, 2005-2006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첼시의 '성공' 이후 더 많은 세계 부호들이 EPL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말콤 글레이저 가문은 2003년~2005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지분 11억 2000만 달러 어치를 사들입니다. 이후 2006년 포츠머스, 아스톤빌라, 웨스트햄 등이 미국, 러시아, 아이슬란드 부호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2007년에는 명문 리버풀과 맨체스터시티도 각각 톰 힉스-조지 질레트(미국), 탁신 친나왓(태국) 전 태국 총리를 새 구단주로 맞았습니다. 
  
2008년에는 '갑부의 상징'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일명 만수르) UAE 아부다비 왕자가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ADUG)을 통해 탁신으로부터 맨시티를 인수합니다. 그는 약 30조원(집안 재산은 1000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6년에는 이란 출신의 파하드 모시리(영국 시민권자)가 에버튼, 중국 출신의 구오추안 라이(国传赖)가 웨스트 브로미치의 구단자가 됐습니다. 2017년에는 중국의 가오 지셩이 사우스햄프턴을 사들였구요. 
 
  
2018년 현재 EPL 20개 팀에는 36명의 구단주(공동 소유 포함)가 있습니다. 이 중 영국인은 15명에 불과하고 21명이 외국 출신입니다. 국적별로 보면 미국 7명, 중국 3명, 러시아 3명, 웨일즈 2명, 이란 1명, UAE 1명, 태국 1명, 스위스 1명, 이탈리아 1명, 아이슬란드 1명입니다.

 
구단주들의 국적 비율은 국제 정치·경제의 영향력과 일치합니다. 미국 국적 구단주가 가장 많고, 러시아와 중국이 그 뒤를 잇고 있죠. 최근에는 중국 국적 구단주가 늘어나고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미·중·러 모두 축구가 큰 인기를 끄는 나라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범위를 챔피언십까지 확대하면 외국인 구단주의 비율은 더 선명히 드러납니다. 챔피언십 24개 팀에는 총 37명의 구단주가 있는데 이 중 미국이 7명, 중국 5명, 태국 4명, 인도 2명, 말레이시아 2명 등 25명이 영국 밖의 구단주들입니다. 영국 EPL과 챔피언십을 합쳐 총 73명의 구단주 중 46명(63%)이 비영국 국적의 구단주가 운영하는 팀인 거죠.  
     
 
왜 EPL을 향할까?
  
세계의 부호들은 왜 이렇게 EPL 팀을 사들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EPL이 상품성이 있기 때문죠. 투자 대비 수익률만 봐도 EPL 투자는 '남는' 장사입니다. 구단주가 되기 위해 사들인 지분 가격과 현재 구단 가치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EPL에 투자한 '큰 손'들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입 당시 금액이 확인되지 않는 구단을 제외한 구단주(공동 구단주 포함) 23명의 지분 매입비용을 현재가치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1100%에 달합니다. 투자 대비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구단주는 왓퍼드에 투자한 지노 포조인데, 수익률이 무려 1만 1688%나 됩니다. 그는 2012년 62만 달러를 들여 왓퍼드의 지분 50%를 취득했는데 이는 현재 72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탈리아 클럽 우디네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그의 그라나다 구단도 갖고 있다 2016년 중국 사업가 지앙리장(蒋立章)에게 팔았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스토크시티는 약 2683%, 토트넘(1333%), 본머스(1178%)도 10배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한국팬들에게 익숙한 구단들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보여줬습니다.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1억 9600만 달러를 들여 지분을 매입했는데 현재 구단 가치를 기준으로 수익률이 885%입니다. 맨시티의 구단주 만수르도 616%의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동화 같은 우승을 차지했던 레스터시티의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다 가문(태국)은 470%,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글레이저 가문도 327%의 이익을 거뒀습니다.
  
물론 손해를 본 이들도 있습니다. 중국계 투자자들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사우스햄튼 지분 80%를 매입한 가오 지성은 약 24%, 201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투자한 중국 미디어 캐피털은 27%의 손실을 봤습니다. 2016년 웨스트브로미치의 구단주가 된 구오추안 라이도 7%의 손실을 기록 중이죠.   
 
하지만 단순 지분가격 만으로 따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막대한 광고 홍보 효과입니다. 구단 운영과 선수 확보에 천문학적인 돈을 썼지만, 무형의 브랜드 가치가 그보다 크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인기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유니폼 스폰서인 아디다스에게 연 1307억원, 자동차 회사 쉐보레에게 연 880억원을 받기로 했답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소매 스폰서로 추가로 연 200억을 받을 예정입니다. 결국 경기 중 입는 스폰서 광고로만 2400억 원 가까운 돈을 버는 셈이죠. 구단주들은 구단 지분 상승 이익 외에 이런 브랜드 가치를 통해서도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다음주 2부에서는 EPL 주요 클럽의 '슈가 대디'들의 면면과 배경 기업 등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디자인 유채영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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