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대선 후보 정치 가계부 그들의 정치자금ㆍ업무추진비 씀씀이는?

정치는 ‘머니 게임(money game)’이다. 작게는 교통비ㆍ식사비부터 많게는 인건비, 지역구 관리비에 각종 선거비용까지…. 온통 돈 들어갈 곳투성이다. 여의도 정가(政家)에 “돈 없으면 정치 못 한다”는 말이 통용되는 이유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돈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만, 잘 못 쓰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씀씀이는 철저하고 조심스럽다. 꼭 필요한 곳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돈을 쓴다. 정치인의 씀씀이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대통령선거에 뛰어든 유력 후보 5인의 씀씀이는 과연 어떨까. 그들의 ‘정치 가계부’를 들춰보자.

정치는 ‘머니 게임(money game)’이다.
작게는 교통비ㆍ식사비부터 많게는 인건비, 지역구 관리비에 각종 선거비용까지…. 온통 돈 들어갈 곳 투성이다. 대통령선거에 뛰어든 유력 후보 5인의 씀씀이는 과연 어떨까. 그들의 ‘정치 가계부’를 들춰보자.

‘정치 가계부’ 어떻게 작성했나

19대 국회의원이었던 문재인ㆍ안철수ㆍ유승민ㆍ심상정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치자금 수입ㆍ지출 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했습니다. 기간은 19대 국회 임기인 2012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입니다.

재ㆍ보선으로 당선된 안철수 후보2013년 3월부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인 홍준표 경남지사2012년 12월~2017년 2월 사용한 지자체장 업무추진비를 분석했습니다.

후보 5명의 지출 내용 데이터는 총 1만166건입니다.

대선 후보 순서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4~5일 전국의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다자대결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경청의 리더십, 홍보의 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경청의 리더십, 홍보의 달인

대권 재수생인 문재인 후보는 꽤 오래전부터 ‘유력 대선주자’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5년 넘게 당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했고, 정치 활동도 대선이란 목표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문 후보의 정치자금 씀씀이 역시 이런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문재인의 ‘정치 가계부’
  • 31.82%홍보비
  • 21.39%간담회비
  • 3498만원고정 당비

문 후보가 쓴 정치자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홍보(31.82%, 총 2억 427만원)’다. 윤건영 캠프 상황실 부실장은 “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이다보니 국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 전략을 시도할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세부 항목으론 선거 관련 홍보 문자 발송(5872만원)에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지난 18대 대선에선 유명 강연 컨퍼런스인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식 출마 선언 영상 제작에 2150만원을 쓰기도 했다. 문 후보 이름 혹은 당 명의로 화환ㆍ근조기 등을 보낸 ‘홍보성 경조사비’ 비용도 5586만원에 달했다.

간담회 식사비도 눈에 띈다. 문 후보는 4년간 총 971차례 간담회를 했고 이때 지출한 식대가 약 1억 3729만(21.39%)원이다. 당 지역위원회나 소속 국회의원, 당직자 등을 만난 뒤 밥값을 주로 문 후보가 냈기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식사 비용 등도 일괄적으로 식대 항목에 포함시켜 금액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가장 많이 찾은 음식점은 1인당 단가가 약 2만원 수준인 해초요리전문점 ‘해우리’(32회)다. 전통 한정식집 ‘동해’는 23차례, 정치인들의 회담 장소로 유명한 한정식집 ‘달개비’는 22차례 찾았다. 윤 부실장은 “해당 음식점은 후보 개인의 선호와는 관련이 없다”며 “당의 리더로서 여러 사람을 만날 일이 많아 대화하기 편한 장소를 주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바쁜 일정 탓에 ‘도시락 간담회’를 연 경우도 15차례나 있었다.

정치 분야 지출로는 당 대표로서 고정 당비를 내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썼고(3493만원), 여론조사 비용(3410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후원금은 총 2620만원을 지출했는데 이중 2500만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준 ‘정치 후원금’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알뜰한 철수씨, 정품 SW 사랑

국민의당 안철수, 알뜰한 철수씨, 정품 SW 사랑

안철수 후보는 성공한 벤처사업가 출신이다. 대선 주자 중 재산이 가장 많은(1195억5322만원, 2016년도 재산 변동 신고내용 기준) 후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자금 지출 내용은 비교적 ‘알뜰’했다.

안철수의 ‘정치 가계부’
  • 1229만원간담회비
  • 33.57%사무실비
  • 3195만원인터넷 홍보비

안 후보는 사무실 운영에 가장 많은 돈(2억7638만원)을 썼다. 전체 지출액의 33.57%를 차지한다. 선거 사무소 등 사무실 임대비가 가장 많고(1억1394만원), 인테리어 비용으로도 4200만원을 지출했다. 교통비나 간담회 식대로 쓴 돈은 많지 않았다. 이동할 땐 주로 렌트카를 이용했고, 항공 등 교통비엔 394만원 만 썼다. 지역 사무소에는 중소 업체의 중고컴퓨터를 설치했다(2대 55만원).

간담회 식대에 든 비용은 419만원에 불과했다. 식사도 주로 고속도로 휴게실이나 1인당 1만원 미만의 곰탕집 등에서 해결했다. 기자들과의 식사비용(879만원)을 포함해도 총액이 1000만원 대다. 단 안 후보가 자주 찾는 국회 내 식당에서 연 간담회는 국회사무처가 지원하는 입법정책개발비에서 지출돼 정치자금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다.

당 수석대변인인 김경진 의원은 “최대한 가성비가 좋은 식사 장소를 찾고, 불필요한 지출을 싫어하는 후보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스킨십에 소홀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IT 벤처사업가 출신답게 정품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구입하는 데 지출한 비용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 안 후보는 아래한글ㆍMS오피스ㆍ포토샵과 기타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 사용권을 사는데 총 304만8178원을 썼다.

안 후보가 쓴 정치자금은 총 8억2332만원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조사 기간(2012년 6월~2016년 6월) 동안 안 후보는 총 세 차례(18대 대선, 2013년 재보선, 2016년 총선)선거를 직접 치렀다.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선거 사무실 임대료나 홍보 비용 등이 타 후보들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격려의 홍지사, 츤데레

자유한국당 홍준표, 격려의 홍지사, 츤데레

홍준표 후보의 별명은 독고다이(단독 플레이를 한다는 뜻의 속어. ‘독대(獨對)’ 혹은 특공대(特攻隊)를 뜻하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이다. 어려운 유년시절을 거쳐 검사-국회의원-대권 주자로 발돋움 하는 과정에서 늘 변방에서 홀로서기를 해왔다는데서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홍 후보의 정치자금 지출은 ‘독고다이’라는 별명과는 다소 상반된 경향을 보인다.

홍준표의 ‘정치 가계부’
  • 51.01%격려금
  • 3578만원후원금
  • 5447만원경조사

‘격려의 홍지사.’ 홍 후보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용은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5년간의 도지사 재임 동안 업무 추진비의 절반 이상(4억8767만원, 51.2%)을 소속 공무원ㆍ국군장병 등을 격려하는 용도로 썼다.

이중 집단 민원이나 시위 등에 대응하는 청원 경찰이나 청사방호를 담당한 경찰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식대를 제공한 것이 눈에 띈다.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 강제폐업과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홍 후보가 이들에게 제공한 간식, 오찬 등 식비는 2266만원에 달한다.

그 외 지역 내 군부대에서 복무하는 국군장병들에게 9차례에 걸쳐 2600만원의 위문금을 보냈고,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에게 4368만원의 격려금을 보냈다. 소속 공무원 등의 축ㆍ부의금이나 화환ㆍ근조기 등 경조사비는 5447만원을 썼다.

홍 후보의 보좌관을 지냈던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은 “홍 후보는 대선에 도전하기 전 도지사로서 소속 직원들은 물론 지역의 군인ㆍ경찰ㆍ소방공무원 등을 챙기는 데 유독 열심이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후원금도 대선주자 중에 가장 많이 냈다(3578만원). 지난 1월 여수 수산시장 화재 피해 당시 1000만원의 성금을 냈고, 추석이나 연말에 사회복지시설, 장애인 복지 시설 등에 10차례에 걸쳐 430만원을 성금했다.

도지사 신분이었던 홍 후보는 지자체의 예산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때문에 국회의원인 다른 후보들의 씀씀이와 동등 비교를 하긴 힘들다. 가령 국회의원의 경우 각종 인건비나 교통비, 차량 관련 비용 지출 등이 내역에 포함되지만, 홍 후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바른정당 유승민, 발로 뛰는 후보, 언론 스킨십

바른정당 유승민, 발로 뛰는 후보, 언론 스킨십

유승민 후보는 대표적인 ‘바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19대 국회에서 그가 거친 상임위원회만 4곳(국방위, 외통위, 운영위, 정보위)이다. 2015년엔 원내대표직도 맡았다. 20대 총선 땐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풍파를 겪기도 했다. 유 후보의 정치자금 지출 내용에는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유승민의 ‘정치 가계부’
  • 22.33%차량
  • 7507만원언론 간담회
  • 1억542만원인건비

유 후보는 차량 운행ㆍ유지 관련 비용을 내느라 가장 자주 주머니를 열었다(총 1억 5357만원). 4년간 주유 횟수만 686번으로 이틀에 한번 꼴로 주유소에 들른 셈이다. 이렇게 주유소에서 쓴 돈만 5561만원이다. 후보 개인이 이용하거나 선거 홍보 등에 활용하기 위해 차를 렌탈하는 데도 8309만원을 썼다. 다양한 상임위 활동을 하고 지역구인 대구와 서울의 분주히 오간 탓으로 풀이된다.

기자들과의 스킨십도 타 후보에 비해 많았다. 유 후보는 129차례 언론ㆍ홍보 간담회에 7507만원, 정치 현안 등을 논의하는 258차례 정치 간담회에 9077만원을 썼다. 일반 식사비용으로는 1447만원이 나갔다.

유 후보가 정치ㆍ언론 간담회 장소로 자주 이용한 식당은 두곳이다. 여의도의 중식당 ‘싱카이’를 61차례, 역시 여의도의 일식집 ‘키사라’를 82차례 찾았다. 유 후보 측 박광명 공보담당은 “유 후보가 20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 출마를 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주로 이 기간에 기자회견ㆍ식사 등이 집중됐다”며 “주로 국회와 가깝고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참석할 수 있는 장소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지출이 특정 항목에 집중되지 않고 고른 분포을 보인 점도 눈에 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차량’ 항목이 22.33%로 30%를 넘지 않았다. 정치(20.88%)ㆍ인건비(15.33%)ㆍ간담회(13.2%) 등이 뒤를 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정책토론마스터, 빠듯한 살림

정의당 심상정, 정책토론마스터, 빠듯한 살림

심상정 후보는 유력 대선 주자 5인 가운데 재산이 가장 적다(3억 5078만원, 2016년도 재산 변동 신고내용 기준). 군소 정당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의 자금 사정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자 납부나 대출금 상환 등이 겹치며 대선 주자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캠프 내에선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한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심상정의 ‘정치 가계부’
  • 1861만원토론회비
  • 2692만원정책비
  • 94만원도서구입비

심 후보의 씀씀이 특징은 토론회와 정책 개발에 많은 돈을 썼다는 점이다. 토론회 준비나 분담금(토론 참가자ㆍ단체들과 공동 부담하는 비용)에 지출한 돈이 1861만원이나 됐다. 토론의 주제는 비정규직 문제, 통신비 인하, 노동 정책 등 서민들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정책 개발에도 5명의 대선 주자들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썼다. 의료복지 정책 개발에 217만원, 가습기 살균 정책 개발에 100만원 등 총 2692만원을 썼다. 심 후보의 보좌관을 지낸 신언직 정의당 선거대책위 특보단장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곳엔 돈을 아끼지 않아야한다는 게 심 후보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대선 주자 가운데 책 사는데 돈을 가장 많이 쓴 후보이기도 하다. 약 50권의 책을 사는 데 94만원을 썼다. 심 후보는 30대 젊은 소설가인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는다고 한다.

홍보비는 총 2억 3212만원을 썼다. 경기 고양시갑에 출마해 당선된 20대 총선에서 대담용 차량 렌트와 홍보 영상 제작에 4676만원, 홍보 문자 발송에 1665만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정작 심 후보의 정치자금 지출 내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금융비다. 대출금을 갚거나 이자를 내는데 무려 2억 9775만원을 썼다. 신 특보단장은 “당이나 후보 개인의 주머니 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대출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심 후보의 식비 지출 내용은 소박했다. 1인당 1만원 내외로 간단하게 해결한 경우가 많았다. 가장 즐겨찾은 곳도 국회 내 식당이나 후생복지관으로 집계됐다.(총 52차례)